<취재일기>개운찮은 김민종의 표절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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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표절은 한국가요의 영원한 숙명인가.무성했던 『귀천도애』의 표절시비는 당사자인 김민종이 스스로 표절사실을 시인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김민종은 30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작곡가인 서영진씨에게 확인해 본 결과 표절사실을 알게 됐다』며 『공인으로서의도의적 책임을 지고 당분간 가수활동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귀천도애』는 80년대 일본 청소년층의 인기를 모았던 댄스그룹 「튜브」의 『서머 드림』과 『리멤버 미』란 곡을 교묘하게 짜깁기한 곡이란 표절의혹이 8월말 발표 당시부터 끊이지 않았다.그러나 이 노래는 지금까지 70여만장이 팔려나가 김민종의 가수생활을 통틀어 최대 히트곡이 됐다.
지금 팬들은 가요계 전체에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연초 룰라의 『천상유애』파문으로 표절근절을 위한 자정여론이 비등했던점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귀천도애』가 방송사의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장기간 정상을 차지한 사실은 그동안의 자율심의 강화공언이 모두 공염불이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나 더욱 씁쓸하게 뒷맛을 남기는 것은 김민종이 이례적으로표절을 시인하고 나선 과정이다.만약 그가 진정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면 왜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음반이 팔릴대로 팔린 지금에 와서야 표절 사실을 고백하느냐는 점이다.
그의 참회가 진심이라면 통상적인 활동중단이 아닌 가요계 은퇴를 선언했어야 설득력이 있다.
가요 관계자들은 『양심적인 가수라는 이미지 메이킹 작전』이라거나 『화젯거리를 만들어 음반의 「끝물」판촉을 노리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김민종과 작곡가 서영진이 3년전에도 듀엣 「블루」시절,표절사실이 들통나 이미 발매된 음반을 수 정제작했던 전력에 비춰보면 그런 분석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예영준 대중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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