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당한 외동딸 숨져 부친,범인잡기 집념의 추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타락한 어른들의 욕심이 우리 딸을 빼앗아 갔습니다.』 서울중랑구망우동에 사는 민성철(閔聖喆.56.묘목업)씨의 외동딸 미라(15.C중2년)양이 집을 나간 것은 7월4일.며칠이 지나도소식이 없자 식구들이 찾아 나섰다.신촌 일대 록카페와 화양동 카페골목까지 뒤지고 다녔지만 헛수고였다.
한달이 지난 8월5일 閔씨는 강원도 양구경찰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딸이 오토바이 사고로 숨졌다는 전갈이었다.
현장에 달려간 閔씨 부부는 기가 막혔다.주로 군인들을 상대하는 이른바 「티켓」다방과 술집에 미라 또래의 10대들이 즐비했다.미라양은 전날 새벽 한 다방서 일하는 친구(16)와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나갔다 양구읍에서 마주오던 승용 차와 충돌해숨지고 친구는 중상이라고 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을 눈으로 보고 딸이 제발로 여기까지 왔을리 없다고 생각한 閔씨는 딸이 일하던 다방을 찾았다.주인은 『당신 딸을 알지도 못한다』고 잡아뗐다.관할 경찰서에 진정서를냈지만 경찰은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검찰도 『어 떻게 일일이 다 수사하느냐』는 대답이었다.
閔씨는 직접 범인을 찾기로 결심했다.딸 친구들로부터 李모(16.구속중)군등 2명이 미라를 꾀어갔다는 증언을 듣고 이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李군 집 앞에서 몇차례 밤을 새자 집으로 협박전화가 걸려왔다.
『딸아이 모습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려 추적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閔씨는 마침내 유인책 李군을 찾아냈다.경찰의 계좌추적을 통해 양구에서 유인자금이 李군에게 보내진 사실도 밝혀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양구의 다방주인 김순자(金順子.35.여)씨를특가법상 약취유인 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달아난 유인 공 범 金모(16)군을 수배했다.
李군과 金군은 놀랍게도 또래 소녀들을 꾀어내 돈을 버는 10대 「삐끼」였다.
金군등은 6월25일 오후3시쯤 서울성북구장위동 P커피숍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을 소개시켜주겠다』고 미라양등 10대 2명을 유인한뒤 이들이 가출하자 여비 24만원과 소개비 50만원을 받기로 하고 金씨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결 과 밝혀졌다.
천창환.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