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식 세계화로 국가 브랜드 높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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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날 생선을 먹는 야만스러운 일본에서 어떻게 올림픽을 치를 수 있겠나.” 1964년 도쿄 올림픽이 열리던 무렵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었다. 그러나 오늘날 생선회와 스시를 비롯한 일식은 세계 곳곳에서 고급 음식의 대명사로 대접받고 있다. 일본 국민과 기업, 정부가 합심해서 자국의 음식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끈질긴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반면 한식은 어떤가. 대부분 해외 한식당들이 영세한 규모인 데다 현지 교포나 한국 관광객들이 주 고객층이라 국제적인 인지도가 크게 떨어진다. 한식의 대표 선수라 할 불고기나 비빔밥이 일식당이나 중국식당의 메뉴 귀퉁이에서 셋방살이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올해를 ‘한식 세계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세부 실천계획을 밝힌 것은 뒤늦은 감이 있긴 하나 반가운 일이다. 한식은 우리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훌륭한 고유문화일 뿐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전략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국 정부가 2001년 ‘세계의 부엌(Kitchen of the World)’이란 기치를 내걸고 태국음식 세계화에 나선 것도 이를 통해 농수산물 수출을 늘리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세계 식품 관련 시장 규모는 4조 달러 수준으로 자동차나 정보기술 분야보다 훨씬 크다. 한식 세계화의 성공 여부에 따라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뉴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미 ‘한식=웰빙 음식’이란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고품질의 한식을 더 많은 외국인이 맛볼 수 있게 한다면 프랑스·이탈리아·중국·일본에 이어 5대 음식강국으로 부상하지 못하란 법도 없다. 이를 위해 정부는 조리법의 표준화, 해외 한식당에 대한 자금 지원 및 인증제 도입, 수준 높은 한식 전문 교육기관 육성 등 발표된 정책들을 차질 없이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홍보에도 더욱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대통령 부인이 팔 걷어붙이고 한식 세계화의 전도사로 나선다면 우리 음식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각국 고위층 인사들을 접대할 일이 많은 해외 공관들, 문화·스포츠계의 한류스타들도 적극 활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외국인 스타 요리사들을 홍보대사로 기용해 한식 요리쇼를 촬영한 뒤 유튜브(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에 띄우는 것도 효과적인 아이디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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