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리 감독 新作 흑인영화 "버스에 올라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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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 이남 기자 = 할리우드에서 「흑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있는 스파이크 리 감독이 또 한편의 의미있는 작품을 내놓았다.
지난 16일 미국에서 개봉된 『버스에 올라타라』(원제 Get on The Bus)는 지난해 10월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있 었던 『백만인의 행진』 1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영화.
버스여행중이던 흑인들이 우연한 계기로 「자립」과 「정신적인 재탄생」을 다짐하며 벌인 행진을 영화화했다.작품성은 뛰어나지 않지만 뚜렷한 주제의식과 할리우드에서 유례없는 모금방식으로 제작비를 충당해 『흑백평등운동의 새 전기를 마련했다 』는 평을 듣고 있다.처음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유대인 영화제작자 베리 로젠부시.그러나 그는 흑인들의 참여 없이는 제작이 힘들다고 여겨 흑인 캐스팅감독인 루벤 캐넌을 끌어들였고 캐넌이다시 스파이크 리 감독을 영입했다.
영화제작비는 불과 2백40만달러.저예산.스타감독.확보된 관객등 흥행요소에 끌린 컬럼비아영화사는 리감독에게 제작비 전액부담을 제의하고 나섰지만 「자립」에 의미를 둔 리는 과감하게 거절했다.리는 평소 5백만달러였던 자신의 감독개런티를 거의 받지 않고 오시 데이비스.찰스 다튼.안드레 브로허등 흑인 스타배우들의 출연료도 대폭 줄였다.
백인들이 지배하는 할리우드 영화제작방식을 뚫고 들어갈 절호의기회라고 여긴 스파이크 리와 루벤 캐넌은 부유한 흑인남자들의 리스트를 작성,제작비 지원을 요청했다.배우 대니 글로버.웨슬리스나입스.로버트 길롬과 미국프로농구(NBA)스 타 찰스 스미스,음반제작자 제릴 부스비,사업가 올덴 리,블랙엔터테인먼트TV의대부 보브 존슨과 OJ 심슨의 변호사 조니 코크란이 호응,각자최소 10만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영화는 완성되자마자 컬럼비아영화사에 3백6만달러에 팔려 이미1백2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상태.스파이크 리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성공으로 이제 1천만달러의 제작비 모금도 쉬워질 것』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흑인영화 제 작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할리우드영화의 평균제작비가 3천만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부족한 액수지만 앞으로 흑인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자신의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는 것.
이 영화에 대해 타임지는 『저예산.단기제작등의 여건으로 TV영화같은 느낌』이라면서 『그러나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단점이 감싸질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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