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승엽 왜? 타율 0.234…리그 규정타석 37명중 35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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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롯데 머린스)이 '멘도사 라인'에 걸렸다.

'멘도사 라인'은 규정타석을 넘긴 타자 중 타율이 2할대 초로 하위권에 걸린 타자를 일컫는 표현이다. 1970년대 메이저리그의 강타자 조지 브렛이 "신문을 볼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누가 멘도사 라인 아래 있는지 찾는 것"이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당시 마리오 멘도사라는 선수는 2할대를 갓 넘겨 항상 타격순위 밑바닥에서 헤맸다고 한다.

이승엽은 10일 현재 타율 0.233(129타수 30안타)으로 퍼시픽리그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37명 중 35위에 처져 있다. 최근 타격 부진으로 10일 일본햄 파이터스전에는 선발명단에서 빠졌다. 이승엽은 이날 7회초에 대타로 나섰으나 삼진으로 물러났다.

현 상황은 이승엽 본인에게도 엄청난 스트레스다. 지난 주말 현지에서 이승엽과 롯데 보비 밸런타인 감독을 인터뷰했던 박노준 SBS 해설위원은 "이승엽이 야간경기 때 공이 잘 보이지 않아 눈 검사까지 받았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빨리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조급함 때문이다. 박위원은 "상대 투수는 끝까지 유인구로 피해가는데 이승엽이 홈런을 의식, 서둘러 공격을 걸다 제풀에 넘어간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스승 중 한명인 박흥식 삼성 타격코치는 "한국에서도 슬럼프가 한달씩 지속될 정도로 예민한 편이다. 팀 성적까지 좋지 않아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손목 위치도 너무 높고, 밸런스가 흐트러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팀에서도 이승엽 '살리기'에 나섰다. 밸런타인 감독은 "걸어가도 좋다는 생각으로 여유를 가져라"고 조언했다. 밸런타인 감독은 또 국내 시절 이승엽의 타격 화면을 본 뒤 직접 "좀더 뒤로 물러서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상대투수의 집중적인 몸쪽 공략에 대처하기 위해 홈 플레이트에서 공 5개 정도까지 뒤로 뺐다. 밸런타인 감독은 "뒤로 물러난 상태에서 몸쪽으로 오는 공은 볼이다. 그 상태에서 가운데로 몰린 실투를 노려라. 바깥 쪽 공략은 한국에서도 볼을 밀어쳐 홈런을 만들었으니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바깥 쪽을 포기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덫을 놓고 기다리겠다는 전략이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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