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대책, 증시 영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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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펀드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일단 불안한 투자 심리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가 단호한 대책을 내놓은 것도 증시의 안정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주가가 하루 10% 이상 급등락한 것은 외환시장 불안에 따른 공포 심리 확산이 컸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조치로 금융시장의 문제는 해외 변수로 단일화됐다”며 “내부 불안요인 때문에 커졌던 변동성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당장 증시로 돈이 쏟아져 들어와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증시를 망가뜨린 근본 이유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다. 이는 정부 대책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적자나 침체된 부동산 시장 등 주식 시장 바깥 상황도 별로 좋지 않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 연구원은 “(정부의 대책에도) 당장 주식시장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세제 혜택을 통해 정부가 기대하는 건 두 가지다. 신규 자금 유입과 자금 이탈 방지다. 정부는 약 10조원의 자금을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이달 들어 부쩍 늘어난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도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김휘곤 연구원은 “1100선이 깨지면 정말 펀드런이 일어날 가능성이 컸다”며 “이번 조치가 투자 심리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제 혜택보다 훨씬 큰 원금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쉽사리 펀드에 돈을 집어넣을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투자자가 이미 투자한 돈에 대한 혜택이 빠진 점도 문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최상길 전무는 “새로 돈을 넣는 금액에 대해서만 혜택이 주어진다”며 “추가로 넣을 돈이 없다면 펀드를 환매하고 다시 가입하게 돼 신규 자금 유입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펀드 가입자는 더 불안해졌다. 이미 해외펀드 셋 중 하나는 일 년 새 반토막이 났다. 특히 지난해 4조원 이상이 몰렸던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의 경우 1년 동안 2조원 이상을 까먹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 혜택 대상에서도 빠져 수익률 하락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 팀장은 “단기적으로 악재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투자처도 마땅치 않아 급격히 돈이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실물로 옮겨 붙은 불길을 잡을 수 있느냐가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의견도 많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한 금융권의 부동산 대출 처리 결과가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환율이 진정됐던 지난 주말에 주식시장이 요동친 것은 PF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책은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이번 주 부동산 시장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최현철·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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