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기밀 인터넷 떠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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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군사 기밀이 인터넷을 통해 유출돼 군 수사기관이 수사에 나섰다. 군 수사기관은 10일 지난 3월 말 군사 2급 비밀이 P2P 서비스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공개돼 군.업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이 활발하게 이용하는 파일 교환 시스템인 P2P로 군 기밀이 유출돼 정식 수사가 시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프리챌의 관계자는 "지난 3월 프리챌의 P2P 사이트인 파일구리(www.fileguri.com)에 한 네티즌이 군 기밀을 올려놨다는 군 수사기관의 얘기를 듣고 관련 자료를 넘겨줬다"고 밝혔다. 군 수사기관은 이와 관련, 예비역 사병 한명에 대해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죄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군 수사기관에 따르면 해당 사병은 군 복무 중 개인 PC를 부대 사무실에서 P2P 서비스로 음악 파일을 받는 데 사용하다 자신의 PC로 기밀사항을 담은 문서작업을 했다. 그러나 해당 사병은 제대할 때 이 PC를 가지고 나오면서 해당 기밀을 삭제하지 않아 전역 후 계속 P2P 서비스를 이용하는 와중에 기밀이 유출됐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이 사병은 PC 속에 군사 기밀이 저장됐던 사실을 잊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수사기관은 수사 착수와 동시에 해당 PC를 압수, 기밀사항을 삭제했다.

인터넷 업체에서는 P2P로 네티즌들이 어떤 정보를 교환하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프리챌 관계자는 "업체는 P2P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만 제공하고, 실제 파일 교환은 개인끼리 이뤄지기 때문에 P2P로 돌아다니는 자료 중에 군사 기밀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P2P=Peer to Peer의 약자로 인터넷을 통해 개인과 개인의 PC를 직접 연결해 서로 파일을 공유.교환하는 방식이다. 당초 MP3 음악 파일을 받기 위해 시작됐다가 기술이 발전하며 동영상.사진.문서 등까지 교환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초기에는 교환되는 파일이 P2P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중앙 컴퓨터 서버에 일시 저장됐으나 최근에는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네티즌끼리 교환된다. 이 때문에 음란물 유통의 온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채병건.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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