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詭辯-상식을 벗어난 억지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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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詭는 정도(正道)와 상식(常識)을 벗어난 「위험한(危) 말(言)」이다.또 그런 언행은 이상하게 보인다.그래서 詭는 「이상하다」「괴이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辯은 두 죄수(辛,95년5월5일자 「兒童」참조)가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변명하는 것이다.따라서 辯은 「말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변론(辯論).변호(辯護).강변(强辯).웅변(雄辯).
항변(抗辯)이 있다.詭辯은 도리나 상식에 맞지 않 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가 제(齊)와 합종(合縱)을 맺자진(秦)의 혜왕(惠王)은 장의(張儀)를 보내 6백리의 땅을 주는 조건으로 제와 절교(絶交)할 것을 요구했다.물론 속임수였다.멍청한 회왕(懷王)이 절교한 뒤 땅을 요구하자 장의는 오리발을 내밀었다.『6백리가 아니라 단 5리의 땅일 뿐이오.』화가 치민 회왕이 군사를 일으켰지만 대패하고 말았다.후에 제를 의식한 혜왕이 초를 달래기 위해 전에 빼앗은 한중(漢中)땅을 되돌려주겠다고 하자 회왕은 땅 대신 장의의 목을 요구했다.그러자 장의는 자진해 초로 가서 회왕의 애첩(愛妾) 정수(鄭袖)에게 예의 그 「세치 혀」를 놀려 정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침내 회왕이 정수의 건의로 장의를 풀어주었다가 「아차」싶어 뒤쫓았지만 이미 늦었다.결국 초나 라는 진에 의해 망하고 만다.이를 두고 사마천(司馬遷)은 이렇게 기록했다.
『장의가 정수에게 온갖 詭辯을 다 늘어놓았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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