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호 비리사건'에 대한 국방부.군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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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李전장관의 소명자료를 받아 청와대에 전달한 국방부는 李전장관이 일반인인 만큼 이 문제는 군을 떠난 것이라며 간여를 꺼리고 있다.李전장관의 소명서는 기무사령관이 직접 청와대에 전달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군기무사는 李전장관이 權병호씨에게 특혜를 주고 뇌물을 받은뒤 인사청탁을 했다기보다 공군참모총장 인사를 앞두고 權씨의 농간에 넘어가 발목이 잡힌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權씨가 李전장관으로부터 군수물자 조달과 관련해 사업권을 따낸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그는 1천만원때문에 빚 독촉을 받을 정도로 쪼들린 생활을 해왔다』고 설명.
이 관계자는 또 李전장관이 權씨에게 F-16 고장감별 장비인CDS사업 관련 메모를 건네줄 당시 이미 이 사업이 백지화된 상태였던 만큼 비밀은 아니지만 李전장관이 이에 앞서 미리 알려줬을 가능성도 있어 조사중이라고 귀띔.
기무사는 그러나 李전장관의 인사청탁 문제와 權씨가 다이아몬드목걸이를 노소영(盧素英)씨에게 건네주었는지 여부등은 검찰수사에서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와 합참은 북한 무장공비 소탕작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군수뇌부 인사에 이어 李전장관의 군 기밀유출.진급청탁 비리의혹마저 불거지자 뒤숭숭한 분위기.
19일에는 합참의장과 육참총장의 취임식까지 겹쳐 공비소탕작전주무부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부서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서관계자들은 TV등을 보며 수사 진척상황에 촉각.
한 정책부서 관계자는 『국방장관이 옷을 벗자마자 곧바로 비리의혹으로 검찰에 붙들려가게된 또하나의 「오욕의 국방사」가 생겨나게 됐다』며 『국방장관이 어떻게 사기꾼(權씨 지칭)한테 5년동안 협박을 받아왔다고 버젓이 말할 수 있는지 이 해가 안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부분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문민정부 군의 간판이라 할 李전장관의 비리의혹으로 군의 위신과 국민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장병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
한 고위관계자는 『북한 무장공비 잔당 3명을 못잡아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있는 마당에 어제까지 모셨던 장관이 비리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가뜩이나 실추된 군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질 판』이라고 걱정.
다른 관계자는 『李전장관은 사실상 문민시대 군의 얼굴이었다』며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론나든 군 내부의 심리적 파장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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