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질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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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16일 코스피지수는 126.50포인트 내린 1213.78로 마감했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 사상 최대의 낙폭이다. [증권선물거래소=최승식 기자]

 금융위기에 이어 실물경제 침체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약 10년10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고, 주가는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3.5원 급등한 1373.0원에 마감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 31일 145원이 오른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코스피지수는 126.50포인트(9.44%) 급락한 1213.78로 주저앉았다. 2년4개월 만에 최저치다. 하락폭은 사상 최대였고, 하락률도 역대 세 번째다. 코스닥지수도 35.85포인트(9.19%) 떨어진 354.43을 기록했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7.87% 급락했다는 소식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최대 규모인 6204억원어치를 팔아 치우며 하락을 부추겼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는 환율에도 영향을 줬다. 주식을 처분한 뒤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영삼 연구원은 “외국 금융회사들이 달러를 빌려주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당국이 개입해 원-달러 환율을 1200원 아래로 떨어뜨린다 해도 오래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자금난으로 금리도 올랐다.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오른 6.08%를 기록했다. CD 금리가 오르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올라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해외 증시도 폭락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1089.02포인트(11.41%) 하락한 8458.45로 떨어졌다. 홍콩과 중국 도 4% 이상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16일(현지시간) 개장 초반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실물경제가 후퇴하고 있다는 불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S&P의 오가와 다카히라 국가신용평가 담당 이사는 16일 “한국의 신용등급은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무디스의 톰 번 국가신용등급 담당 부사장도 “(한국의 신용등급을)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오가와 이사는 “한국 시중은행의 유동성이나 원화 가치에 대한 압력이 커지면 상황을 재평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원배 기자 , 사진=증권선물거래소 최승식 기자

[이슈] 미국발 금융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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