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패산 터널, 불교계-시행社 마음 뚫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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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산국립공원 끝자락인 사패산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터널을 뚫는 문제를 둘러싸고 2년6개월간 마찰을 빚어온 경기도 의정부 지역 불교계와 사업시행자(서울고속도로주식회사)가 화해한다.

경기도 의정부시 사찰.암자 모임인 불교사암연합회는 9일 "이번주 터널공사 재개를 앞두고 오는 13일 사패산 터널 반대운동의 진원지였던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사패산 송추 공사현장에서 '무사고 및 화합 기원제'를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이날 의정부 지역 사찰 주지스님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원제를 거행할 예정이며, 서울고속도로주식회사 관계자 30여명도 참석할 예정이다.

사암연합회 회장 종명(宗明.64)스님은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이 지난해 말 공사를 재개키로 합의한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공사 재개를 맞아들이는 화합 기원제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명 스님은 또 "그동안 불교계의 반대운동으로 국책사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공사 지연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한 사죄의 의미도 담긴 행사"라고 덧붙였다.

이에 LG건설 등 9개 건설회사가 출자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서울고속도로주식회사 측도 "터널공사의 무사고를 기원해줄 뿐 아니라 화합을 다지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 불교계에 감사의 뜻을 전할 예정"이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사패산 구간 공사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퇴계원 간 건설사업소 김용식(金容植.52)소장은 "불교계의 화합 노력에 보답하기 위해 사패산 주변 사찰에 대한 공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서울 및 수도권 주변 도시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 위성도시를 잇는 환상(環狀) 도로망이다. 1989년 사업에 착수해 전체 구간 127km 중 퇴계원~판교~평촌~김포~일산을 잇는 91km는 이미 개통됐다.

2001년 착공한 일산~의정부~퇴계원 구간(36.3km)은 2006년 6월 준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패산 터널 구간(4km) 공사가 환경 훼손과 사찰 수행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한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닥쳐 2001년 11월부터 2년6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돼 완공이 2년 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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