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수익률 -63%, 막막한 러시아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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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63%’. 러시아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 평균이다. 최근 한 달 성과는 -43%. 1억원을 투자했다면 3개월 만에 6300만원이 증발해 3700만원만 남았다는 의미다. 글로벌 신용위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그 정도가 심하다. 러시아 RTS지수는 14일 9.9% 반등하기는 했지만, 최근 1개월 새 32% 하락해 860선으로 주저앉았다. 불과 5개월 전엔 2500선을 바라보던 지수였다. 한 달 새 증시가 급락해 아예 거래가 중단된 경우도 10여 차례에 달한다.

악재는 겹겹이 쌓였다. 먼저 원자재 가격의 하락세다. 실물경기 침체로 원자재 수요는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연내 유가 200달러 시대의 도래를 예언했던 골드먼삭스는 4분기 유가 전망치를 115달러로 낮추더니 최근엔 75달러까지 내렸다. 유가뿐 아니다. 대우증권은 15일 “2003년부터 이어져 온 세계 철강 경기의 ‘수퍼사이클’이 종료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러시아 증시의 절반 이상은 에너지·원자재 관련 기업의 몫이다. 원자재가격 하락의 여파를 러시아 증시가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러시아는 ‘왕따’다. 전 세계가 신용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공조방안을 내놓는 자리에서 러시아 수장의 모습을 발견하기 어렵다. 앞서 그루지야 침공 사태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바 있다. 국가 리스크의 증가로 외국인은 러시아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지난 두 달간 러시아에서 빠져나간 돈은 330억 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러시아가 아니더라도 투자할 만한 신흥시장은 많다. 러시아 증시의 매력은 ‘싸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주가순자산배율(PBR)은 0.8배에 불과하다. PBR이 1 이하는 당장 자산을 다 팔아도 현재 주가보다는 더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동시에 그만큼 제값을 못 받는다는 것은 거래가 힘들거나, 성장이 정체됐거나, 다른 악재가 있다는 의미도 된다.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9.5%를 기록한 이래 1분기 8.5%, 2분기 7.5%로 하락 추세다.

삼성증권 김휘곤 연구원은 “손실 폭이 너무 크기 때문에 손쓸 도리가 없다”며 “그래도 환매를 하겠다면 지금 팔기보다는 반등이 나올 때마다 조금씩 현금화하라”고 조언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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