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작곡가 조윤씨 전자음악'뫼비우스의 띠'12년만에 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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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그러나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음반이 최근 시중에 발매됐다.국내 대중음악사상 본격적인 프로그레시브 음악으로는 첫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조윤(34)의 『뫼비우스의 띠』가 그것이다.프로그레시브 음악이란 「진보 적」이란 단어의 뜻이 의미하듯 실험성 강한 록 음악의 한 갈래로 주로 신시사이저등 음향 합성.변조 장치를 사용한다.비틀스에까지 뿌리가닿는 이 음악은 70년대 핑크 플로이드.예스.킹 크림슨등을 거치면서 더욱 복잡하고 난해하게 발전해 왔고 외국에선 현대음악으로 분류돼 음악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정이 다르다.애시드 재즈.갱스터 랩.트립합등 이름도 생소한 서양 유행음악의 최신장르가 시차없이 유입되고 있지만 프로그레시브 분야만큼은 30여년간 전인미답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무명의 작곡가 조 윤이 평지돌출적인 『뫼비우스의 띠』를 발표한 것이다.이 작품이 보여주는 빈틈없는 음향 구성과 녹음상태,탄탄하게 짜인 회화적 이미지의 전개를 접한 이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이런 음악이 나왔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들이다.
조윤은 『뫼비우스의 띠』를 내놓기까지 남다른 절차탁마의 과정을 거쳤다.최초로 이 곡을 쓴 것은 12년전인 84년.당시 제주도의 무명 음악 지망생이었던 그는 『한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영적 체험을 하게 됐는데 꿈 속에서 들었던 소리 를 기억나는대로 오선지에 옮긴 것이 뼈대가 됐다』고 말한다.이 작품의 완성을 필생의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조윤은 그 때부터 음악이론을파고들었다.
일본 무사시노 음악원과 도쿄 공연예술학교에 다니면서 화성악.
대위법등 고전 음악의 기초에서 12음기법.무조음악등 현대음악적기법까지 섭렵하고 녹음및 음향기술도 공부했다.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면 반드시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론에 따라 혼자 힘으로 음악을 완성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그는 지난해 고향 제주도에서 상경,간이 스튜디오를 차렸고 프로그레시브 음악 전문가 성시완씨의 도움으로 『뫼 비우스의 띠』를 완성했다.
편의상 6곡의 연작으로 나뉘어 음반에 수록된 『뫼비우스의 띠』는 갖가지 소리들로 가득차 있다.주조를 이루는 것은 마치 새가 지저귀는 소리처럼 투명한 조윤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낮게깔려 시종 무겁고 나른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신시 사이저 음향이다.조윤은 『음과 양,현실과 초현실,표면과 이면이 구별되지 않는 혼돈의 세계와 이를 극복하는 자아의 의지를 회화적 이미지로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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