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싼 와인이 잘 팔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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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환율과 와인 소비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별 관계가 없을 것 같은데, 환율이 오르니 비싼 와인이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매년 8월까지의 와인 수입량과 수입액을 집계한 결과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수입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지난해에는 8월까지 누계가 2만1623병이던 것이 올 들어 8월까지 1만9935병으로 7.8% 준 것. 하지만 지불한 돈은 9558만7000달러에서 1억1978만1000달러로 25%나 급증했다.

가장 큰 원인은 환율로 풀이됐다. 이종훈 신동와인 대표는 “수입 와인의 40% 이상이 프랑스산인데 원-유로 환율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급등한 데다 2005년산 와인의 단가가 높다”고 환율 요인을 설명했다.

이철형 와인나라 사장은 “환율 상승이 국내 와인 소비의 양극화를 불러오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여유가 있는 와인 매니어들은 계속 마실 여력이 있지만 입문 단계이거나 이따금 분위기나 호기심으로 마시는 층에서는 구매를 줄인다”는 이야기다. 두산와인의 정일승 부장은 “와인 마신 지 오래된 이들의 취향은 중고가로 쏠리고, 그런 와인의 수입량은 확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입업체 입장에선 재고가 충분하다면 환율이 급변할수록 값싼 와인보다는 고급 와인을 들여오는 게 더 득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싼 와인의 경우 환율이 오를 경우 재고를 팔면 환율이 오른 만큼 이득이고, 반대로 환율이 떨어져도 오래 보관하는 데 따라 가치가 올라 나쁘지 않다”는 설명이다.

와인 출하기를 맞아 한국을 찾는 해외 와이너리나 와인협회 측의 홍보도 중고가 와인에 쏠린다. 이탈리아 와인업계의 산 역사인 안젤로 가야가 다음달 18~19일 방한한다. 피에몬테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리고 이탈리아 와인 이미지를 보르도 1등급에 버금가는 대열에 오르게 한 주인공이다. 이탈리아 와이너리의 명소인 ‘미켈레 키아를로’의 창립자 미켈레 키아를로와 스페인 리오하의 대표 와이너리 ‘마르케스 데 카세레스’의 크리스틴 포르네르 대표, 호주 컬트 와인 토브렉의 오너인 데이비드 파월도 다음달 온다. 이달 20일에는 프랑스 메도크 와인의 필립 당브린 협회장이 지역 와인 제조업자들과 방한한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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