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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효과’ 벼랑 끝 매케인 살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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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대선에서 인종 문제가 마지막 변수로 회자되면서 ‘브래들리 효과’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래들리 효과는 백인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때 속내를 감추고 흑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변한 뒤 실제 투표장에선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나선 민주당 흑인 후보 톰 브래들리가 투표일 직전까지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섰는데도 실제 투표에선 패배했던 데서 유래한다.

당사자 격인 오바마 후보 측은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없던 26년 전의 사례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갤럽 조사에 따르면 흑인 후보를 안 찍겠다는 비율이 82년 14%에서 지난해 5%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12일 보도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네일 뉴하우스는 “브래들리 효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쪽이다. 그는 “여론조사 기법이 훨씬 발전했고, 무엇보다 사회 전체가 (흑인 후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이런 시각이 다수다. 그러나 시카고대의 마이클 도슨 교수는 “시장이나 주지사 선거에서 브래들리 효과가 약해졌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순 없다”며 대통령선거에선 맹목적인 흑인 후보 반대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앤드루 코허트 퓨리서치센터 대표 등은 “최근에도 여론조사 질문자가 흑인일 경우 흑인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특히 백인 저학력층에서 응답을 회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대니얼 홉킨스 교수는 “(과격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제러미아 라이트 목사나 다른 인종 관련 문제들이 선거 쟁점으로 떠오를 경우 브래들리 효과가 재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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