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는 소비 느는 외제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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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경쟁력 10% 높이기는 능률을 10% 높이든가 비용을 10% 줄이는 것으로 요약되고 있다.최근한국인의 소비증가추세가 준다는 통계가 자주 인용되고 있는 것은이 점에서 고무적이다.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민 간 최종소비지출증가율을 1.4분기 7.5%,2.4분기 7.1%,3.4분기 6.8%로 추계했다.난국이 위중(危重)해질수록 소비 증가율이 점감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소비와 수입추세의 증가곡선이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가계나 기업이 비용지출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 증좌로 보아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소비와 수입의 둔화속에서 외제품(外製品)만은 홀로 호황(好況)을 구가하고 있음이 여러 측면에서 감지되고 있다.예를들면 투자나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13~7%밖에 안 늘었는데 소비재는 22 %나 늘었다.
또 수입 외제품 가운데 미국.유럽등 선진국에서 들여온 위스키.
의류.신발.화장품등 고급 소비제품의 증가율이 훨씬 높다.
판매측면에서도 국내 승용차보다 외제 승용차의 판매 증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위스키를 포함한 음료소비는 국산품이 1% 준 반면 외제품은 71%가 늘기까지 했다.결국 허리띠를 졸라맬 때희생된 품목이 외제 아닌 국산품이라는 기막힌 결 론이 나오는 것이다. 소비절제의 대상이 국산품에 집중되고 외제품은 차한(此限)에 부재(不在)한다는 식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상최대의 국제수지 적자에서 비롯된 이번 경제난국의 극복이란 과제와는 정면으로 어긋난다.만약 이런 식으로 비용절감이 추진 됐다간 적자 개선이 안되는 것은 물론 우리 경공업의 기반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그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이미 우리의 경공업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9%로 이웃 일본의 36%보다 훨씬 낮고 경쟁력조차 선진국 또는 우리를 추격하는 개도국에 밀리고 있는 점을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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