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 인민군 제821부대 산하 여성포중대를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태정 한국야생화 연구소장 등 전문가들은 “사진 왼쪽의 족제비싸리나무의 잎으로 판단할 때 10월께면 노랗게 잎이 변색되거나 단풍이 들었어야 한다”며 “최근 촬영한 사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이 11일 오전 공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 촬영 시점을 놓고 당국이 분석을 거듭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821군부대 산하 여성포중대를 시찰했다고 전한 뒤 10여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12일에도 북한 매체는 이를 대대적으로 전했지만 촬영 시점과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당국이 촬영 시점 분석에 들어간 이유는 시점에 따라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일 경우 김 위원장이 와병에서 회복돼 강원도에 위치한 이 부대까지 거동할 수 있었거나, 건강 이상이 위중한 게 아니었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공개된 사진 속의 김 위원장은 뒷짐을 지고 팔짱을 끼는 등 평소 모습과 동일하다. 반면 정보 당국이 김 위원장이 뇌수술을 받은 것으로 추정한 8월 15일 전후보다 앞선 사진이거나 올해가 아닌 과거 사진이라면 김 위원장은 여전히 모습을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본지 사진부가 12일 전문가 자문을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핵심 포인트는 사진에 등장하는 ‘녹음(綠陰)’이다. 사진에는 초록빛이 완연하다. 추위가 빨리 오는 북한에서 단풍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게 의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 8월 14일 조선중앙통신이 군부대 시찰 보도를 내보낸 뒤 이틀 후인 16일 공개했던 김 위원장의 58일 전 모습.
다른 추정도 있다. 통상 북한군 포부대는 남쪽을 향한다. 따라서 산사면이 남향일 경우 북쪽 산사면보다 단풍이 늦게 온다. 일부 북한 전문가는 “북한 지역엔 침엽수가 많아 단풍이 사진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통상 많아야 5장 이내로 공개해온 전례와 달리 이번엔 김 위원장 사진을 한꺼번에 13장 공개했다. 남한 정보 당국이 사진 분석에 들어갈 것을 알면서 무더기 공개한 것은 자신이 있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북한이 당 창건 기념일인 10일을 하루 넘겨 사진을 공개한 것도 의문이다. 당 창건일에 김 위원장의 사진을 내는 게 대내외에 건재를 과시하는데 더 효과적인데 왜 굳이 하루를 늦췄느냐는 것이다. 결국 김 위원장의 최근 건강 상태는 향후 그가 평양 주재 중국 외교관 등 대외 인사를 접견하는 동영상이나 촬영 시점이 명확한 사진이 나와 봐야 분명해질 전망이다.
사진부,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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