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참고 또 참았다” 탱크샷 폭발 … 첫 대회 2연속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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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CC에서 끝난 신한동해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최경주가 우승을 확정한 뒤 갤러리의 박수에 모자를 벗어 답례하고 있다. [용인=뉴시스]

 최경주(38·나이키골프)는 이제 명실상부한 한국의 ‘골프 황제’다.

12일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 골프장 남코스(파72·7544야드)에서 끝난 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이다. 4월 SK텔레콤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올해 국내 대회에 두 차례 출전해 모두 우승하는 기록도 세웠다. 국내 통산 14승.

최경주는 이날 우승상금 1억5000만원을 추가해 올 시즌 단 2개 국내 대회에만 출전하고도 상금랭킹 3위(2억7000만원)로 올라섰다. 일본 투어에서 활약 중인 허석호(35)가 합계 10언더파로 2위, 김대섭과 강경남·김형성(이상 삼화저축은행) 등이 9언더파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출발은 불안했지만=1번 홀(파4) 보기로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2번 홀(파4)에서 4m짜리 버디를 잡아냈고, 5번 홀(파4)에서 또 1타를 줄여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그래도 강경남·김형성·허석호 등 선두그룹은 한 발 앞서가고 있었다. 쉽게 버디를 잡을 것으로 기대했던 6번 홀(파5)에서 파에 그치자 “우승은 어렵겠다”는 말이 갤러리들 사이에서 나왔다. 그러나 최경주는 7번 홀(파3)에서 거짓말 같은 12m 버디를 뽑아내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어퍼커트 동작으로 버디 세리머니를 펼친 최경주는 11번 홀(파5)에서 공동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210m를 남기고 3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핀 5m 거리에 떨어졌다. 회심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허석호·강경남과 공동선두가 된 최경주는 12번 홀(파3)에서 두 선수가 1타씩 잃으면서 처음 단독선두가 됐고 14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2타 차 단독선두로 달아났다.

◆인내심의 승리=인내심의 승리였다. 1, 2라운드에서 각각 OB구역에 공을 빠뜨리고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 공동 17위, 2라운드에서 공동 11위에 머물렀지만 실망하지 않았고, 3라운드에서 공동 4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마지막 날 데일리 베스트인 6언더파를 몰아치며 역전 우승했다. 2라운드에선 15번 홀에서 OB를 낸 끝에 더블보기를 했지만 9번 홀에서 이글로 만회했고, 최종 4라운드 1번 홀에서도 보기를 했지만 이후 버디 5개에 이글 1개를 잡아내며 막판 스퍼트를 했다. 최경주는 “1, 2라운드에서 연거푸 OB를 낸 것은 난생 처음이다. 그러나 어차피 나올 거라면 일찍 나온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내와 해외를 통틀어 대회 2연패는 이번이 처음인데, 참고 또 참은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자신감의 승리=최경주의 우승엔 자신감이 밑바탕이 됐다. 그는 “마지막 날 1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선두와 3타 차로 벌어졌지만 우승하지 못할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캐디 앤디 프로저(56·영국)와의 ‘찰떡궁합’도 우승의 원동력이다. 2003년 9월 프로저에게 골프백을 맡긴 지 5년이 넘도록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최경주는 “앤디 아저씨는 그린에서 퍼팅 브레이크를 읽는 능력은 없다. 하지만 남은 거리는 귀신같이 알아낸다. 요즘은 눈빛만 보고도 내 컨디션을 안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그의 도움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용인=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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