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난 몰고올 태아 性감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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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불법으로 태아 성감별을 해준 의사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태아 성감별의 반윤리성과 비인도성이 지적돼 온지 이미 오래지만 아직도 아들을 바라는 부모들의 성감별 요구가 고개숙이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태아 성감별이 비난받는 것은 여아임이 밝혀질 경우 적어도 그반은 중절수술로 이어져 태아가 생명을 잃고 만다는데 있다.이는사실상 살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반인륜적이고 비인도적 행위다.이런 행위를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생명의 부 모가 요구하고 있고,또 일부 의사들은 이를 영리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것은 방치해둘 문제가 아니다.따라서 윤리의식이 마비된 부모와 의사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기 위해 검찰이 사법처리에 나선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남아선호사상은 역사가 오랜 것이다.그러나 요즘와서 유독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자녀는 적게 두면서도 아들은 꼭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는 지나친 욕심이다.자녀를 적게 두겠다면 최소한 딸만 두어도 상관없다는 생각만이라도 가져야 한다.
남아선호와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는 다른 나라에도 있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성감별에 의한 성비(性比)파괴현상은 그 정도가 특별하다.94년말 현재 여아 1백명당 남아가 1백15.5명이나 되며 이대로 가다가는 2010년 에는 남아가1백29명에 이르러 남자의 23%가 결혼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일부일처의 결혼제도가 근본적으로 뒤흔들리고 성풍속에도 일대 재난을 초래할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남아선호사상이 누그러져야만 가장 자연스럽게,그리고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효과적 응급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사들이 태아감별을 안 해주기만 하면 된다.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의사들이 수입만 생각하고 무책임하게 성감별을 해주 었기 때문이다.인위적으로 빚어진 문제인만큼 해결책도 우선은 불법의료행위의 지속적 단속과 엄한 처벌같은 인위적 수단에 의존할 수밖에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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