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금융감독원은 13일부터 모든 은행의 외환거래 내역을 보고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지금도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은행 간 거래 내역을 보고받고 있지만 금감원의 조치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갔다. 은행 간의 거래 내역은 물론 매도·매수 주문을 누가 냈는지도 보고받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출입을 통해 많은 달러를 가지고 있는데도 실제 시장에서 거래가 적은 기업이 누구인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조영제 금융감독원 외환업무실장은 “환투기 여부 등을 조사해 왔지만 거래 내역이 불충분해 충분한 조사를 할 수 없었다”며 “거래내역을 모두 받게 되면 관련 조사가 좀 더 정밀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외환딜러들의 위법 거래 여부와 관련, 서면조사를 마친 데 이어 곧 현장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한승수 국무총리(中)가 10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제63차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합동 연차총회에 참석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左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右)에게 금융협조체제 구축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금감원의 거래내역 보고 조치 이후 환율이 급락했다는 것은 투기를 포함한 과잉 수요가 외환시장에 있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조치만으로는 외환시장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단언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비록 9, 10일 이틀간 환율이 하락했다고 하더라도 하루 환율 변동폭이 235원에 이를 정도로 시장이 극도의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SC제일은행 전종우 상무는 “환율의 단기적 안정세는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담 등에서 강도 높은 대책이 나올 것인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안정을 위한 당국의 비시장적 조치가 불러올 부작용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금감원의 거래내역 보고 조치가 외환시장의 통제를 의미하는 것이냐며 불안해하는 외국인 투자자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심지어 지난해 11월 외국자본의 유출을 금지한 태국 정부의 조치를 한국도 시행하느냐고 물어 당혹했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거래 내역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국제적 관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조영제 금감원 실장은 “시장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독당국의 감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나라가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