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축구행정 '外華內貧'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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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일축구정기전 부활,한.중축구정기전 창설,동북아축구대회 추진…. 2002년 월드컵 유치나 올림픽 출전을 접어놓고 생각해도 올 한해 축구협회의 「치적」은 눈부시다.「축구협회=정몽준회장」이라는 등식에 대입하면 정회장의 축구외교가 절정을 이룬 한해였다. 그 절정의 그늘 속에서 한국은 애틀랜타올림픽 예선탈락,아시아청소년(16세이하)선수권대회 1라운드 탈락등 추락을 거듭했다. 24일 밤 한국 16세이하 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과 1-1로 비겨 탈락해버리자 국민들은 「한국축구가 어쩌다 이렇게 됐느냐」고 울화통을 터뜨렸다.그러나 개탄하기조차 때는 늦었다.
한국축구는 벌써 오래전에 오늘의 구차한 꼴로 전락해 있었 다.
이는 그동안 책무를 게을리한 축구협회,나아가 축구관계자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고 특히 축구협회 수장인 정몽준회장은 직무유기의 비난을 면할 수 없다.축구의 내일을 담보할 꿈나무의 발굴과육성,국가대표팀 관리,국내축구 발전토양 마련등 「내치」에 관한한 정회장의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정회장 취임이후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은 까마득히곤두박질쳤다.각종 청소년대회에서 2002년 이후의 한국축구를 책임져야 할 대표팀은 예선탈락이 다반사인데다 프로축구는 아직도「봇짐장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축구기반이 황폐한 한국에서 벌어지는 2002년의 향연이 무슨의미가 있는가.
지금 이대로라면 한국축구는 2002년 흉물스런 고치처럼 축구장 몇곳만을 덩그러니 남겨둔채 아시아에서도 3류그룹을 전전하며잘 나가던 80년대를 구슬프게 추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허진석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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