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替의학현장을가다>1.멕시코 메리디언병원 '거슨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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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현대의학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암은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다.암에 대한 정통적인 치료법은 종양 절제.방사선치료.항암약물의 투여등 어느 병원,어느 의사나 그 내용이 비슷하다.그러나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전세계적으로 1년에 무려 6백만명(추정)이나 되고 국내에서도 매년 약 5만명이 죽어가고 있다.이에따라 암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정통적 방법이 아닌 또다른 시각에서의 치료방법들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AlternativeMedicine」 즉 대체(代替)의 학 또는 대안(代案)의학이라고 하는 분야다.세계적으로 비교적 인정받고 있는 대체의학의 현황을 현지취재를 통해 주1회 소개한다.
[편집자註]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자동차로 40분,국경과 접해있는 멕시코의 티후아나시 푸라야스에 있는 메리디언병원.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와 간호원들만 없다면 마치 누군가돈많은 사람의 별장처럼 아늑한 분위기다.샬럿 거슨 원장을 포함,의사 5명에 간호원 15명규모로 입원실이라야 모두 22개.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만그만한 개인병원 규모다.
7호실 입원환자 래리 슈워츠(61)는 캐나다의 침실용가구 전문생산업체로 유명한 「더 슬리핑 팩토리」의 사장.지난해 8월 자신이 사는 토론토의 시립병원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고 곧바로 종양절제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의사는 전이가 너무 심해 3개월 이상은 살수 없다는 시한부인생 진단을 내렸다.
슈워츠는 의사가 포기한 자신의 병은 자신이 치료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정통의학이 아닌 다른 치료법을 찾아나섰다.
캐나다 역시 미국이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통의학을 공부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치료행위를 하거나 의사라 하더라도 정통방식이아닌 다른 치료법을 사용하면 위법행위가 된다.슈워츠는 결국 서점에서 자연요법을 소개하는 책이란 책은 모두 사 서 공부를 시작했고 그중에서 거슨요법을 선택,스스로 혼자만의 치료를 시작했다. 거슨요법은 영양상태를 완전히 바꿔 환자의 혈액속에 들어있는 독소를 제거하면 암은 물론 모든 질병이 저절로 소멸되거나 사라지게 된다는 것으로 철저한 식사요법과 커피관장이 핵심.
소위 대증(對症)치료라는 정통적인 치료원칙과 달리 거슨요법은질병의 원인을 인체의 전체적인 조직과 흐름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전인치료,즉 「전체주의적인 의학」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첫번째는 식사요법으로 모든 육식과 우유제품및 가공식품.설탕.소금은 절대 먹지 않는다.대신 순수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생야채샐러드만 먹는다.
그리고 천연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보충하기 위해 하루에 13잔의 녹즙을 마신다.녹즙의 재료는 당근.사과.시금치.상추.
샐러리등이다.
두번째는 체내의 노폐물을 빼내기 위해 하루에 두차례 커피로 관장을 한다.보통 마실수 있는 원두커피를 사용하는 커피관장은 거슨요법 특유의 방식으로 커피를 사용하면 간을 자극해 간을 회복시켜주기 때문이다.모든 질병의 원인은 간이 허약 해져 발생한다는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세번째는 녹즙에서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은 알약으로 복용했다. 그것만으로 슈워츠는 선고받았던 3개월을 넘긴 것은 물론이고6개월후에는 매일아침 5㎞씩 조깅을 계속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그러나 『몸이 너무 건강해져 식사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탓』으로 슈워츠는 배가 불러오고 앉아있기도 힘들 만큼 상태가 악화됐다.결국 수소문끝에 미국의 샌디에이고에 있는 거슨연구소와 편지상담을 통해 입원치료를 받게 된 것.병원에서 는 슈워츠에게 그동안 중단했던 커피관장을 다시 시작하는 한편 새로운 녹즙재료를 처방했고 분량도 하루 9번으로 줄였다.또 비타민A와C를 비롯 칼륨.셀렌.마그네슘.아연등 미네랄의 종류와 섭취량을바꾸었고 간부위에는 미국 몬태나주에서만 생산된다는 진흙찜질을 하루에 두번씩 하도록 처방,독소를 뽑아내도록 하고있다.
입원한지 1주일,부풀어올랐던 배가 절반이나 줄어들었고 하루 30분정도씩 산책을 할 만큼 기력이 회복됐다.암은 어떻게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슈워츠는 마치 자신이 의사인 것처럼 대답했다. 『종양은 모르겠다.X선 촬영때 받는 방사선도 나처럼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선 백혈구 파괴가 치명적이기 때문에 찍지 않는다.그러나 이곳에서 새롭게 처방받은 녹즙으로,절반이하의 수준으로 떨어진 나의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있기 때문에 점 점 좋아지고 있다.』 「나는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도록 해주는 것과 자신의 병에 대한 공부를 시키는 것도 이 병원의 중요한 치료법중 하나다.
공부란 다른게 아니다.환자가 병이 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몸에 대해 알아야만 치료법을 스스로 이해할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은 환자 개개인을 대상으로 모든 것을 가르친다.슈워츠의 관심은 벌써 퇴원후로 가 있다.병수발을 들기위해 함께 입원한 부인아나스타시아(53)와 함께 공부에 여념이 없다.이곳 메리디언병원의 평균 입원기간은 3~4주일.
치료가 끝난후 집으로 돌아가서도 자신의 상태를 수시로 이곳 병원과 의논한다.병원은 필요할 때마다 소변검사나 혈액검사결과를이곳으로 보내도록해 새로운 처방을 해준다.병원측은 퇴원한 모든환자들에게 1년에 한번정도는 다시 이곳에 와서 2주정도 입원해재치료받기를 권한다.
그래서 재치료를 받으러 온 선배환자들은 스스로를 재충전하는 한편 후배환자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암과 싸워 이기고 있는 중인가를 직접 몸과 마음으로 보여주는 역할도 맡게 된다.시한부 인생이라는 절망을 등에 지고 이곳에 온 말기 암환자 들은 「선배」로부터 나도 저렇게 이겨낼 수 있다는 신념을 배우는 것이다.
티후아나=김인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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