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잡은 배상문, 탱크도 뒤집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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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내에서 손꼽히는 장타자인 배상문(右)의 티샷을 같은 조의 최경주가 바라보고 있다. 1라운드에서 배상문은 장타를 앞세워 5언더파를 쳐 2언더파의 최경주보다 앞섰다. [연합뉴스]


 스물 두 살의 배상문(캘러웨이)에게선 자신감이 넘쳐났다.

300야드를 넘나드는 호쾌한 드라이브샷과 정교한 아이언샷, 지난주 한국 오픈에서 재미교포 앤서니 김(23)을 꺾고 우승한 뒤 샷에 물이 오른 듯했다. 같은 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최경주(나이키골프)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배상문은 9일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 골프장 남코스(파72·7544야드)에서 개막한 KPGA투어 신한동해오픈 1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쳐 강성훈(신한은행)·김위중(삼화저축은행)·전태현(41) 등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최경주는 2언더파(버디 5, 보기 3개) 공동 17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프로 2년차인 문경준(26)과 13개 홀을 마친 강경남(삼화저축은행)이 각각 6언더파를 기록, 공동 선두에 나섰다. 이날 경기에선 일몰로 인해 30여 명의 선수가 18홀을 마치지 못했다.

최경주는 이날 배상문·강성훈과의 동반 라운드에 앞서 후배들에게 덕담을 했다. 배상문에게는 “12월 열리는 PGA투어 퀄리파잉 스쿨에서 잘하라. 내년엔 미국에서 보자”고 격려했다. 지난 4월 SK텔레콤오픈에서 동반 라운드했던 강성훈을 보고는 ‘반갑다’며 어깨를 두드려 줬다.

1라운드가 시작되자 세 사나이의 샷이 불을 뿜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승부는 치열했다. 배상문은 최경주보다 티샷이 10~20야드가량 멀리 나갔다. 강성훈 역시 2년차 답지 않은 정교한 쇼트게임으로 맞섰다. 최경주는 베테랑답게 한 수 위의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최경주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 여러 차례 미스 샷을 했지만 그때마다 노련함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특히 6번 홀(파5)에선 드라이브샷이 빗나가 공을 OB구역에 빠뜨리고도 보기로 막아냈다.

첫날 경기를 마친 배상문은 “(최 프로는) PGA 투어의 베테랑답게 샷의 품질이 다르더라. 특히 롱아이언샷이 일품이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공을 똑바로 치기 급급한데 최 프로는 모든 샷을 드로나 페이드 구질로 치더라. OB가 나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여유 있는 자세가 무척 부러웠다”고 덧붙였다.

최경주는 후배들의 기량을 극찬했다. “배상문은 공을 정말 멀리 치더라. 이렇게만 하면 나보다 10배는 더 잘 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젊은 군인이 10㎞ 구보를 하는데 7㎞가 남았다고 치자. 노련한 상사가 옆에 서서 ‘다 왔다. 힘을 내라’고 격려하면 젊은 군인은 10㎞를 완주할 수 있다. 나도 후배들의 기를 북돋우는 상사의 역할을 하고 싶다.”

최경주는 또 “오늘은 드로 구질로 샷을 하는 데 집중했다. 아직 몸에 익숙하지 않아서 OB를 내기도 했는데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경기가 잘 안 풀렸는데 2언더파면 만족한다.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인=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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