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太지역 '기후병' 심각-온난화.수해등 겹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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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피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가뭄이나 홍수때만 느껴온 기후변화가 암(癌)못지 않은 위협인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아태(亞太)지역에서 기후변화와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주제로 2 3~24일 호주 캔버라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학술대회는 이같은 우려가 입증된 자리였다.
뉴질랜드 웰링턴 의대 알라스테어 우드워드교수는 『특히 아시아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선 급격한 경제발전에 따라 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과밀 현상을 보임으로써 상수도 오염.열(熱)스트레스등을 유발,열사병과 수인성 질병이 창궐하게 됐다고 주장했다.그는 정치적 경직성또한 속수무책의 기상재해로 인한 질병 창궐을 초 래한다고 지적했다.그 예로 북한은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 축적이 없는 상태에서 지난해 휩쓴 수해와 이에따른 전염병 확산으로 그 피해가 훨씬 컸으며,남태평양상의 섬나라 통가도 아무 대책없이 극지방 빙하 해빙으로 수위(水位)가 상승하는 것을 바라만 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기후변화와 건강 관계 전문가가 한사람도 없는 우리나라로서도 새겨야 할 대목이다.
아시아지역에 빈곤 국가가 많은 것도 기후변화에 대한 효과적 대처를 어렵게 한 요인이라고 우드워드교수는 덧붙였다.예컨대 파푸아뉴기니등의 경우 최근 기후온난화로 말라리아가 기승을 부리고있음에도 재원부족등으로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관광객과 잦은 경제교류로 한 지역에서 발생한 질병이다른 지역으로 쉽게 옮겨져 질병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나왔다.한편 일본 국립환경연구소 엔도 미쓰루(遠藤滿)박사는 지구온난화로 초래된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이 아시 아지역에서 눈에띄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평년기온이었던 93년 여름과 찜통더위가 한창이던 94년의 일본 도쿄(東京)와 중국 난징(南京)지역 연구를 통해 기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노년층을 중심으로한 열사병 환자가 급증했다고 밝 혔다.연구결과 섭씨30도 안팎을 넘어서면서 열사병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여름철 하루 평균평년기온의 경우 9백명 정도에서 30.5도로 증가하면 약 1천1백명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경우 기후 변화로 인한 건강위협에 대한 조사등은 현재전무한 실정.그런 가운데 일부에선 최근 갑작스럽게 재출현한 말라리아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말라리아는 15년동안 전혀 발생하지 않다가 94년 20건 발생을 시작으로95년 1백7건,96년 7월말 현재 90건등 증가추세를 보이고있으나 방역당국은 아직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말라리아는 모기를 숙주로 한 말라리아 기생충에 의해 발생되는병으로 기후가 온난화할 경우 모기 번식이 늘어 그만큼 발생 가능성이 큰 병으로 최근 지구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대표적 기후질병이다.
캔버라=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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