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유가족들 거액 손해배상청구-OJ 심슨 다시 法廷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O J 심슨(사진)이 다시 재판정에 섰다.희생자들의 유가족이그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7일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 지방법원에서 막이 오른 그의 민사재판으로 미국사회에 또다시 「심슨 증후군」이 일 조짐이다.
흑인 미식축구 영웅 심슨은 94년 6월12일 전처 니콜 브라운과 그녀의 친구 로널드 골드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1년여에 걸친 형사재판 끝에 그는 지난해 10월 무죄평결을 받았다.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심슨은 이 문제에 대해 서는 다시 재판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미국의 법체계가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을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할지라도 유가족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다시 민사재판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판이 동일한 증거를 대상으로한 재판이지만 심슨이 유죄평결을 받을 확률이 훨씬 높다고 지적한다.우선 적용되는 규칙이 다르다.민사재판은 배심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유.무죄를 결정하는 형사재판과 달리 12명의 배심원중 9명이상만 유죄를 주장하면 유죄가 결정된다.
또 증거채택에 대해서도 너그럽다.배심원들은 피고와 원고측 증거중 어느것이 더 타당한지를 선택할 뿐이다.물론 심슨이 유죄평결을 받더라도 감옥에 갈 필요는 없다.현재 최고 1천만달러(약80억원)정도로 추정되는 법원이 정해준 손해배상액 만 지불하면된다. 이번 민사재판의 담당판사는 형사재판때의 랜스 이토 판사와 같이 일본계 미국인 히로시 후지사키 판사다.후지사키 판사는언론의 법정 취재를 금지하고 변호사나 증인들에도 함구령을 내렸다.한편 미국의 주요 신문사와 방송사들은 법원 주변의 호텔을 장기예약하는등 이 「세기의 재판」 제2막을 보도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LA지사=최천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