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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김철리.채승훈.김아라 "이세상끝" 공동연출 맡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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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작품 하나에 내로라 하는 연출자 세명이 붙었다.출연배우가 둘뿐이니 배우보다 연출자가 많은 셈이다.극단 무천이 창단5주년 기념공연으로 준비중인 『이 세상 끝』이 바로 화제의 작품이다.
김철리.채승훈.김아라등 40대 초.중반의 이들 세 연출가가 한 작품을 놓고 공동연출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오는 20일 개막을 앞두고 벌써부터 연극가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있다. 리얼리즘 계열의 김철리,기존 연극문법을 거부하는 실험적취향의 채승훈,소리와 신체에너지를 위주로 역동적인 극을 만들어내는 김아라등 이들 세사람의 취향이 3인3색인데다 세사람 모두연극계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중견 연출자들인 탓이다.
『이 세상 끝』은 신세대 소설가 1세대로 불리는 장정일 원작의 단막극 3편을 연작형태로 구성한 것.
『실내극』『어머니』『긴 여행』으로 이름붙은 3편의 작품을 각각 김철리.채승훈.김아라가 연출하는 형태다.
출연배우는 만능연기자로 불리는 안석환과 서주희.두 배우는 색깔 다른 세사람의 연출의도에 맞춰 수시로 변신해야 한다.
한 사람의 연출자와도 작품해석이나 무대문법의 이견이 생기기 일쑤인게 연극작업인지라 이런 어려운 조율과정을 거친 두 배우의변신연기가 어떻게 펼쳐질지도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김철리의 『실내극』은 아들이 훔쳐온 생활비로 생활하던 어머니가 그런 생활에 염증을 내는 아들 대신 도둑질하다 감옥살이를 하게 되는데 감옥이 사회보다 낫다는 판단을 내린 이들 도둑 모자는 감방으로 가기 위해 공동으로 도둑질을 다시 시작한다는게 줄거리다.
채승훈의 『어머니』는 동성애적 연인관계인 감방의 두 죄수 얘기.여자와 동시에 어머니이기를 요구하는 이들의 단단한 관계가 죽음으로도 끊어지지 않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김아라의 『긴 여행』은 무임승차한 두 남녀가 기차지붕에서 우연히 만나고 검표원을 살해한 뒤 끝없이 도망친다는 내용이다.
김철리씨는 『전통적 가족개념에서 벗어나 양성애로 가족관계의 본질을 파악한 작자의 메시지가 세작품에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다』며 『연출 세사람이 작가의 의도에 원칙적으로 공감한 만큼 작품의 통일성을 기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 했다.
3인3색의 독특한 빛깔을 잃지 않되 큰 빛줄기로 전체를 조망하는 조화로움을 갖춘 이색적인 작품이 될 것이란게 김씨의 부언이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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