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안풀리고 차라리 환상여행-前生에 관심 쏟아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전생(前生)에 나는 무엇을 했을까.』 金모(20.K대 심리2)양은 자신의 전생에 대한 호기심으로 최근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지은 『전생여행』이란 논픽션을 구입했다.
최면유도 테이프까지 딸린 이 책은 특히 여대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 金양의 친구들 중에는 안읽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
이같은 「전생 신드롬」은 우리나라의 경우 금년초 의료계에서 「전생 치료」라는 신종 정신과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의 동시에 전생에서 맺어진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최근 65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영화 『은행나무 침대』에 이어 전생을소재로 한 드라마.소설.가요등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면서 각계가「전생 열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논픽션 『전생여행』은 서울시내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종로서적등에서 하루 20여권씩 팔리고 있다.
지난해 출간된 이후 1백50만부가 팔려나간 양귀자(梁貴子)씨의 베스트셀러 『천년의 사랑』도 전생을 주제로 한 작품.이 작품 역시 2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아 요즘도 대형서점등에서 하루에 5~10권씩 팔리는 실정.
이 외에도 지난달 방영된 KBS 『전설의 고향』 16부작과 현재 방영중인 SBS 드라마 『8월의 신부』,MBC 코미디 프로 『일요일 일요일밤에』중 한 코너인 「퇴마열전」등도 전생이 주제다. 가수 신승훈의 가요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네가있을뿐』과 장혜진의 『완전한 사랑』등도 현실이 아닌 내세를 넘나드는 사랑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비슷한 범주에 든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시형(李時炯)박사는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만 정신적인 좌절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초현실적인 전생에 관심을 두는 것같다.지나치게 전생에 몰입하면 현실도피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제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