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중 감독(左) 은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을 연극배우 김선일씨와 함께 지난달 30일과 1일 거북선 모양 유람선 ‘울돌목 거북배’를 타고 울릉도·독도에 가 명량대첩축제 출정식을 했다.
영화 ‘동승’의 주경중(49) 감독이 전남도·해남군·진도군이 11~14일 울돌목 일대에서 개최하는 명량대첩축제의 총감독을 맡았다. 그는 3월부터 현지에서 살다시피 하며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 축제로는 처음으로 영화감독이 기획부터 연출까지 총괄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 구성과 스케일이 크게 주목 받고 있다. 울돌목은 해남과 진도 사이 해협. 밀물과 썰물이 보통 바닷물보다 3배나 빠른 초당 5~6m 속도로 흐른다. 이 거센 물살을 이용해 1597년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왜군 함선 133척을 무찔렀다. 411년 전에 벌어졌던 이 명량대첩을 재현하는 게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어선 150여 척을 동원, 조선 수군의 13척과 왜 수군의 133척으로 꾸며서 『난중일기』기록에 나온 대로 해보일 겁니다.”
1300여 명의 주민들이 조선·왜군 수군 분장을 하고 배에 탄다. 그리고 주 감독과 함께 도상·육상 연습을 한 사람들이 각 선박 지휘자들의 지시에 따라 배를 움직이며 전투상황을 재현한다.
주 감독은 “충무로의 특수효과팀을 투입해 총통 소리와 물기둥을 연출하고 스턴트맨들이 실제로 배에서 바닷물 속으로 고꾸라지기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시간’은 축제 첫날인 11일 오후 4시30분쯤부터. 울돌목의 거센 물살이 역방향으로 변화하기 직전 바다가 30~40분 동안 멈춰 있는 시간을 활용한다.
“단 한 차례의 라이브 공연이라고 생각하면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연되거나 한 가지라도 각본대로 안 되면 공연 자체가 무산되고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죠.”
주 감독은 “관광객들은 해남 우수영공원과 진도 녹진공원, 진도대교 위에서 발 아래 바다에서 벌어지는 해전을 관람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스팩터클한 구경거리가 또 있겠느냐”라고 물었다. 이튿날인 12일 오후에는 울돌목 위 진도대교에 명량해전의 원혼을 추모하는 500여 장의 만장을 건다. 그리고 당시 숨진 조선 수병·의병과 왜군 수병의 상여 3채를 앞세우고 주민·관광객 수만 명이 뒤따라 2㎞의 만가 행렬을 잇는다. 주 감독은 “일본 수병도 권력자들의 희생양”이라며 “적군의 혼까지 씻어서 무덤에 안치해 주는 화합의 초대형 진혼 씻김굿”이라고 말했다.
11일과 12일 진도대교에서 주민·관광객 3만여 명이 어울려 노는 십리(4㎞) 강강술래에서도 주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상생과 화합’이다.
축제 첫날인 11일 오후 3시 30분쯤부터 이순신 장군이 앞장서고 6000여 명이 뒤따르는 삼도수군통제사 입성식도 큰 볼거리로 기대된다.
주 감독은 “나흘간의 매머드 축제이지만 전문 배우는 이순신 장군 및 장수 2명의 역에만 쓴다”라며 “나머지는 모두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역할을 맡는다. 주민 참여형 축제, 이게 또 다른 축제들과 다른 점이다”라고 말했다.
주 감독은 김훈씨의 소설 ‘현의 노래’를 영화를 만들고 있다. 내년부터 이순신 장군의 전쟁을 소재로 3부작 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전남과 경남에서 충무공 숭모 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두 지역이 힘을 합쳐 이순신 영화를 만든다면 영·호남 화합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주 감독은 “명량대첩은 세계 해전사에 유례가 없는 승전”이라며 “대첩재현을 축제의 차별화된 상품으로 만들면 전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역사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축제 개막 전날인 10일 서울 광화문 충무공 동상 앞에서 ‘광화문에서 울돌목까지-삼도수군통제사 출정식’이 열린다. 지원자들이 모여 울돌목까지 470여㎞를 자전거로 행진한다.
글·사진=이해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