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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자살 바이러스’의 고리를 끊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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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자살이 유행병처럼 번지는 형국이다. 잇따른 연예인들의 자살에 모방 충동을 느껴서, 입시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이겨내지 못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자살자 수는 1만3000여 명으로 2000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는 21.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다라고 한다. 개개인의 의지 박약과 무책임만 탓하고 있기엔 사태가 너무 심각하다. 차제에 사회 전체가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자살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어날 길이 없다.

대표적인 자살 원인으로 지목되는 우울증부터 적극 대처해야 한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자살 위험이 수십 배나 크다. 꾸준한 치료로 완치될 수 있지만 국내 환자 중 치료받는 비율은 미미하다. 몸의 병은 알려도 마음의 병은 쉬쉬하는 풍토 탓이다. 호주가 2000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비욘드 블루(beyondblue)’라는 우울증 극복 캠페인을 펼친 결과 자살률이 현저히 떨어진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울증=고칠 수 있는 병’이란 인식 아래 환자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가족과 이웃, 사회는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유명 축구선수 등 스타들이 공익 광고에 나와 우울증 병력을 털어놓고 완치될 수 있음을 널리 알렸던 뉴질랜드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갈수록 늘고 있는 아동·청소년 우울증 환자들에게 특히 좋은 영향을 미칠 터다.

이와 함께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상담 전화의 확충 및 홍보 강화도 필요하다. 전문가의 조언이 죽음의 문턱에 선 이들을 생명의 길로 이끈 사례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지켜줄 상담 교사도 더 많이 배치하고, 성교육처럼 자살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