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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진보적이며 가장 보수적인, 복음 안에서의 자유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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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호 31면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의 이념적 성향을 이야기하곤 한다. 이른바 색깔론, 보수냐 진보냐 하는 이분법이다. 그 기준으로 보면 홍정길 목사는 가장 진보적이면서 가장 보수적인 분이다. 그는 이 땅의 어떤 진보적인 사람보다 정성스럽게 북한을 돕고 있으며, 이 땅의 어떤 보수적인 사람보다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투철하다. 그러나 그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이념 성향은 아니다. 그는 그저 예수님의 길을 따라가려 하는 자유인이자 ‘나눔의 사람’일 뿐이다.

내가 본 홍정길 목사

‘성직자가 종교 안에서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구나’ 하고 놀라게 하는 분이 홍 목사다. 그는 이념이나 교리 같은 것에 얽매이는 법이 없다. 나는 홍 목사가 처음 개척한 반포의 남서울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한 달에 한 번꼴로 그가 현재 담임목사로 있는 일원동의 남서울은혜교회에도 나가고 있다.

홍 목사는 북한과 접촉하기 쉽지 않았던 1992년 대북 지원 단체인 남북나눔운동본부를 시작하면서 비정치적, 인도적, 민간 주도의 대북 지원을 꾸준히 하고 있다. 0~2세 영아에게 분유 보내기와 500채 집 짓기 사업, 씨감자 보내기 운동이 대표적이다. 그의 대북 지원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하거나 관계없이 쉬지 않고 한다는 것이다. 둘째, 평양이나 그 주변이 아니라 함경도·자강도·황해도의 벽촌 주민들을 상대하고 있다. 셋째, 국내 모금액의 100%가 현지에 전달된다는 점이다. 즉, 모금액에 누수가 없다.

16년이 지나도록 이런 대북 지원을 가능케 한 에너지원은 국가공동체를 향한 목사님의 사랑이다. 홍 목사는 지난 광복절 기념 예배 때 “애국자가 모두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모든 크리스천은 애국자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목사님도 한때 북한의 태도와 한국에서의 일부 오해로 좌절할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에게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97년께 북한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서울을 경유해 귀국하는 캐나다 의사에게서 “평양에서 3000명을 상대로 조사했는데 이른바 ‘절대 영양결핍’ 아동이 17%였다. 극도의 가난에 빠진 소말리아·수단·에티오피아 같은 내란 지역도 절대 영양결핍 아동 비율이 12%밖에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절대 영양결핍은 인종을 바꾸고, 민족의 성격을 바꿔 놓는다. 뇌는 생후 24개월 안에 95%가 자란다. 24개월 미만 영아의 영양 공급이 불충분하면 바로 정신지체아가 된다. 홍 목사는 그 사건 이래 “북한 사람이 키 작은 거야 어쩔 수 없지만 한 제너레이션(세대)이 통째로 정신지체아가 되는 건 막아야 하지 않느냐. 통일이 되면 한국의 다음 세대가 고스란히 져야 할 부담이다”는 말을 해 왔다. “북한 돕기는 자선이 아니라 통일됐을 때를 대비한 사전 투자다. 이 일을 안 하면 벌 받을 것 같다”는 말에서 홍 목사가 복음에 기반해 통일을 대비하는 몇 안 되는 영적 리더 중 한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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