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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수익 내 기부 ‘폴 뉴먼식’벤처투자 ‘구글식’ 등 다양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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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호 22면

지난달 작고한 폴 뉴먼(맨 오른쪽)은 1988년부터 암·에이즈 등 중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를 위한 시설인 ‘더 홀 인 더 월 갱 캠프(the Hole in the Wall Gang Camp)’를 전 세계 곳곳에 세웠다.

미국의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의 자선 부문 자회사 ‘구글닷오알지(google.org)’.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2006년 세운 회사다. 이 회사는 기존의 전통적인 자선단체와 확연히 다르다. 구글닷오알지는 산하에 비영리 부문인 ‘구글재단’을 두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고 세금을 내는 영리 기업이다. 이 기업은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대체에너지 개발 ▶전기 겸용 하이브리드 자동차 상용화 ▶질병·재난의 조기 경보 및 예방 시스템 구축 ▶개도국 중소기업 지원 ▶교육·보건위생 등 공공서비스 개선 등 다섯 가지 사회 공헌 목표를 설정하고 긴 호흡으로 뛰고 있다. 벤처투자 개념으로 이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지원하고, 바람직한 정책이 입안되도록 미국 의회를 상대로 로비 활동도 한다.

사회적 기업 활발한 미국·영국에선

지난달 말 사망한 미국 영화배우 폴 뉴먼의 부음 기사엔 자선활동 얘기가 비중 있게 실렸다. 그는 1982년 4만 달러를 투자해 샐러드 드레싱 회사 ‘뉴먼스 오운(Newman’s Own)’을 세웠다. 뉴먼은 ‘샐러드 킹’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닐 정도로 샐러드 드레싱을 잘 만들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창업한 뉴먼은 자신은 한 푼의 월급도 받지 않으면서 회사에서 나오는 이익 100%를 자선기관에 기부해 왔다. 일반적으로 수익의 2%를 사회 공헌에 쓰면 관대한 기업이라는 평을 듣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뉴먼의 사회 공헌은 파격적이었다. 그렇게 해서 기부한 금액이 1억5000만 달러를 웃돈다.

구글닷오알지나 뉴먼스 오운을 ‘사회적 기업’으로 부를 수 있을까. 지난해 한국이 도입한 사회적 기업 인증제를 기준으로 보면 이들 기업은 노동부의 인증 절차를 통과하기 어렵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의가 나라마다 다르고 지금도 변화·발전하고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재단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정선희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 상임이사는 그의 저서 『사회적 기업』에서 “뉴먼스 오운은 개인 소유의 영리 기업이고, 운영 형태 역시 일반 영리 기업과 다름없다. 직업 훈련 프로그램도 운영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적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수익 전액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사회적 기업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다”고 적었다.

미국의 ‘사회적 기업’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이윤 추구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시장 친화적이고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미국 증권사 앨트루셰어는 다른 증권사처럼 증권 매매 중개수수료나 시장분석 보고서로 돈을 벌지만 이익금을 대학생 직업 교육과 빈곤층 주택사업에만 쓴다.

물론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한국의 사회적 기업과 비슷한 모델도 찾을 수 있다. 약물 중독자나 전과자 등을 대상으로 고용·직업 훈련 등을 제공하는 시애틀의 ‘파이어니어 휴먼 서비시스’나 노숙 청소년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직업 훈련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주마 벤처스’, 장애인과 노숙자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조경과 베이커리 사업을 하는 ‘루비콘 프로그램스’ 등이 그런 예다.

한국이 사회적 기업 제도를 도입하면서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한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의 사회적 기업은 5만5000개로 추정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영국 정부 통계에 의하면 사회적 기업이 전체 고용의 5%를 담당하고, 2006년 연간 매출액이 270억 파운드(약 50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를 차지했다고 한다. 영국은 70년대 말 복지국가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공서비스 민영화에 나섰다. 이런 과정에서 효율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사회적 기업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복지정책 전선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는 대신 시민사회의 협조를 구하고 기업의 효율성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2003년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는 “기업에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There’s more to business than you think)”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의 진보 진영이 정부가 도입한 사회적 기업 제도에 대해 한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도 우리가 영국 제도를 참고했기 때문이다. 향후 공공 부문 민영화를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것이다. 이은애 함께일하는재단 사무국장은 “과도한 복지 때문에 사회서비스를 줄여야 하는 영국과 달리, 한국은 복지 예산이 선진국에 비해 많지 않은 데다 고령화와 가족 구성의 변화 때문에 사회서비스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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