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巡訪-국가.지방등을 두루두루 방문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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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巡은 (움직일 착)과 (내 천.川과 같음)의 결합이다.곧 시냇물이 흘러가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는데 알다시피 냇물은 가리지 않고 두루 흐른다.여기서 巡은 「두루두루」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순례(巡禮).순양함(巡洋艦).순찰(巡 察).순회공연(巡廻公演)이 있다.
또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여기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찾는 것도 巡이라고 하게 되었다.
옛날 중국의 천자(天子)가 천지산천(天地山川)에 제사를 올리고 겸하여 정치와 민심을 살피기 위해 제후(諸侯)를 찾았던 데서 유래한 말로 일명 순수(巡狩)라고도 한다.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비가 순수비(巡狩碑)인데 우리의 경우 신라 진흥왕(眞興王.534~576년)이 세운 창녕비(昌寧碑)와 북한산비(北漢山碑)등이 유명하다.
訪은 言과 方의 결합이며 方은 「변방(邊方)」「변두리」「모서리」를 뜻하므로 「먼곳에 있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 된다.곧 왕이 현자(賢者)의 고견(高見)을 듣기 위해 친히 먼 곳까지 찾아가는 것을 뜻하는 글자다.따라서 訪의 본뜻은 「묻다」「찾다」가 된다.방문(訪問).내방객(來訪客).심방(尋訪).탐방(探訪)이 있다.
그러니까 巡訪은 「여기 저기 두루 방문하는 것」이다.지금이야천자나 왕이 있을리 없지만 그래도 巡訪이라면 「높은 분」이 방문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특히 대통령의 외교 나들이에 흔히 사용된다.물론 한두 나라가 아닌 여러 나라를 방 문하는 경우다.이번 우리나라 대통령의 남미(南美) 巡訪이 그 예라 하겠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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