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한 달 일, 대학선 석 달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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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업에서 한 달이면 끝날 일이 (대학에서는) 3개월이 걸렸다.”

중앙대 박용성(68·사진) 이사장은 2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람들이 대학을 기업처럼 운영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와보니 대학은 정말 기업처럼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같이 말했다. 두산중공업 회장인 박 이사장은 10일 취임 4개월을 맞는다. 그는 “총장직선제 도입도 한 달이면 됐을 텐데 여기서는 3개월 동안 묶여있었다”며 “과거 관행, 대학 사회의 독특한 문화 때문에 할 수 없는 게 많았다. 요즘 도 닦고 있다는 농담을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학내·외에서 ‘개혁 전도사’로 불리는 박 이사장은 향후 대학 육성 계획과 관련, “난 기업인이니 밑지는 장사는 안한다. 시스템 개혁 없이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그래서 먼저 총장직선제, 교수연봉제, 업적평가제, 학사관리부터 하고 투자는 내년 하남캠퍼스 땅이 확정되고 학과를 구조조정하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기업과 대학의 문화 차이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그는 “기업에서는 뭐든 최종 발표 전까지 비밀이 유지되는데 대학에서는 기침 한 번 하면 감기, 폐렴이 된다”며 “그래서 밀실로 비판받지 않도록 다 공개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의원회에 학생회장이 참석하는 데는 불만을 표시했다. 박 이사장은 “학생들을 대표한다는 대표성도 분명치 않은데, 마치 기업 이사회에 노조위원장이 들어와 감 내놔라 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본고사를 금지하는 ‘3불 정책’에 대한 생각도 피력했다. 박 이사장은 “한 총장이 그러더라. 기업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좋은 원료를 맘대로 고를 수 있는데 대학은 좋은 졸업생 만들려 해도 좋은 입학생을 맘대로 못 뽑는다”라며 “아이비리그도 기여입학제가 있다. 고교등급제 같은 경우도, 미국에서는 대학등급까지 나눈다”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곧 70세가 되는데 일생을 마감하는 사업으로 알고 일주일에 3~4번은 학교로 나올 만큼 ‘올인’하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든 경쟁력 있는 졸업생을 내는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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