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화유산탐방>2.실버리 언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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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영국 남부 윌트셔지방을 여행한다면 솔즈베리에서 북쪽으로 40㎞가량 떨어진 실버리언덕을 기억해둘 만하다.
고대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이 장대한 언덕을 세웠는지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쓸쓸함마저 감도는 솔즈베리의 황량한 벌판에 4천년 넘게 서 있는 이 언덕은 선사시대 유럽 최대의 인공언덕.원뿔형으로 높이가 40,바닥 직경이 1백70에 달해 꼭 마을의 뒷동산같다.이언덕을 둘러싸고 있는 도랑은 지금은 잡초로 뒤덮 여 있지만 한때 폭 37,깊이 9에 달하는 운하 형태였다고 한다.
이 인공언덕을 두고 사람들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여섯차례 직접적인 시도를 했다.가장 최근의 발굴 조사는 1968년에서 1970년에 걸쳐 이뤄졌다.
조사결과 이 언덕은 기원전 2100년께 3단계 공사를 거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건축은 기다란 발판을 통해 이뤄졌다.먼저 진흙과 자갈등으로 기초를 쌓고 그위에 발판을 얹어 흙을 쌓았다.첫번째 만들어진 언덕은 직경이 36였다.겉으로 보기에 충분히 크다고 느껴지지 않았는지 첫번째 흙무더기 위에 계단식으로 언덕을 쌓아 두배 크기로 올렸다.
그 다음 단계로 언덕전체에 백악(白堊)을 발라 단단함을 유지했다.넓고 깊은 도랑을 파 석재료등을 충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거창한 작업은 최소한 5백명의 인부들을 10년간 동원해야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인공언덕은 피라미드와 마찬가지로 묘지로 쓰였다.그러나 이 언덕의 중심부를 파보았으나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흙더미 바닥에서 날아다니는 개미들의 잔재를 발견했을 뿐이다.
이 작업이 7,8월께 시작됐음을 추정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안내판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평범한 야산에 불과한 인상이다. 무성한 잔디로 뒤덮여 있다.정상에 서면 끝없이 펼쳐진평원이다.
이 언덕을 왜 만들었는지 궁금증을 더한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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