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경제팀이 내놓은 종합대책의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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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승수(韓昇洙)경제팀이 짜여진지 25일만에 첫 작품을 선보였다. 현 여건 아래서 가능한 유인책과 행정력을 모두 끌어들인 「정책모음집」으로 평가된다.기본적으로 정책의 흐름은 이전 나웅배(羅雄培)경제팀과 맥을 같이 한다.다만 기업활력 회복책에 무게를 더 실은 점이 특기할 만하다.
공정거래법 제정에 기업입장을 반영하겠다는 것을 비롯해 임금체계의 연내 개편을 약속한 것등이 그러한 예다.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의 후퇴라는 비판을 듣더라도 기업활력 회복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의 결과다.
경기가 급격히 하강곡선을 그리는데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부양책을 담지 않은 것도 이 종합대책의 특징으로 꼽을 만하다.경기를부양하기에는 물가안정이 워낙 심각한 국면인데다 내년 하반기의 선거를 생각해서도 지금의 부양책은 결코 이롭지 않다고 본 것이다. 어차피 경제가 총체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인 까닭에 경기의 저점을 일찌감치 겪는 편이 선거에 임박해 회복세를 기대할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따라서 이번 종합대책은 이같은 한계속에서 짜여진 것이라고 볼수 있다.어쨌든 이번 대책은 원칙과 총론을 강조하며 맴돌던 그전보다 좀더 각론적인 입장에서 접근해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논의만 무성한채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사회간접자본(SOC) 민자유치와 정부규제 철폐.산업용지 공급등에도 한 단계 진전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민자유치사업자에게 적정수익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규제방식을 사전규 제에서 사후규제로 바꾸기로 한 것▶첨단업종의 수도권내 입지규제 완화등이 그것이다.
종업원 50명 이하 또는 20명이하 소규모기업을 중소기업에서떼어내 어지간한 규제는 모두 없애기로 한 것을 비롯해 주식옵션제와 같은 창업기업 지원방안,공해를 배출하는 업종이 아닌 무등록공장의 양성화방안등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임금체계 개선과 함께 변형근로제와 근로자파견제 같은 노동관계법 개선도 분명하게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기본방침만 밝힌 임금정책이나 노동제도 개편등이 과연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천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당장 시범사례로 선정한 공무원이나 대기업의 임금억제정책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가 미지수다.서두른 나머지 부처간 합의가 미처 안된 것들의 마무리도 문제다.의욕적인 법개정안을 내놓은 공정거래위와 재경원.통산부의 입장에는 아직도 차이가 적지 않다.
그래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겠다」는 정도의 문구에만 합의했을 정도다.
기업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방안으로 산전.후(産前.後) 휴가비중 절반정도를 의료보험에서 부담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보건복지부가 끝까지 반대하는 바람에 막판에 빠졌다.
현재의 경제난을 치유할 묘수는 애당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던 만큼 그나마 제시한 구조개선 작업이나마 얼마나 실천에 옮겨 나갈지가 주목거리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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