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징크스’ … 이번엔 1.5군에 당한 성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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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가 성남 일화의 천적임을 확인하며 삼성하우젠컵 4강에 올랐다. 전남 드래곤즈도 부산 아이파크를 3-0으로 대파하며 4강에 합류했다.

포항은 1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성남을 1-0으로 누르고 수원 삼성과 8일 준결승에서 맞붙게 됐다.

정규리그 1위 성남은 포항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하며 포항전 6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성남은 김정우·두두·김상식 등 주축 선수들은 물론 부상에서 갓 회복한 ‘브라질 특급’ 모따까지 선발 명단에 포함시켰다. 반면 포항은 주말 K-리그를 의식해 데닐손·김기동·박원재·최효진 등 주전들을 후보 명단에서도 뺐다.

주도권은 성남이 잡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 포항이 결정력에서 앞섰다. 전반 29분 박희철의 크로스를 노병준이 헤딩슛으로 연결해 결승골을 터뜨렸다. 성남은 후반 시작과 함께 전반 35분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놓친 김연건을 불러들이고 이동국을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이동국-모따-두두가 나선 성남의 스리톱은 포항을 거세게 밀어붙였지만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잉글랜드에서 복귀한 이후 골 맛을 보지 못한 이동국은 이날도 침묵을 지켰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사제지간의 지략 대결로 관심을 모은 부산 경기에서는 전남 박항서 감독이 부산 황선홍 감독을 ‘한 수 지도’했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2002 월드컵 폴란드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황선홍이 히딩크 감독을 제치고 박항서 코치에게 달려와 안겼던 곳이었다. 그러나 추억을 더듬을 여유는 없었다. 두 감독 모두 컵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무관’으로 시즌을 마쳐야 할 판이었다.

전남은 전반 8분 페널티지역 정면으로 파고든 슈바가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을 성공시켜 선제골을 얻었다. 슈바는 전반 44분 주광윤의 슈팅을 부산 골키퍼 이범영이 쳐내자 가볍게 밀어넣어 2-0을 만들었다. 부산의 파상공세는 전남 골키퍼 염동균의 ‘수퍼 세이브’에 모두 막혔다. 전남은 무려 9분이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 막판에 송정현이 세 번째 골을 넣었다. 이날 생일이었던 박 감독은 “스코어는 이겼지만 황 감독의 지략에 완전히 몰린 경기였다”며 애써 몸을 낮췄다. 전남은 전북 현대와 4강전을 갖는다.

부산=정영재 기자, 성남=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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