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16배’ 그린벨트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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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면적의 절반, 분당의 16배인 308.5㎢의 그린벨트가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풀린다. 이미 발표된 수도권 서민주택 용도 외에 228.5㎢가 더 풀리는 것이다. 주로 산업·연구·주거 단지로 활용된다. 부산시 강서구 6㎢는 내년 4월께 주민 공람을 거쳐 가장 먼저 해제될 전망이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개발제한구역 조정 계획을 의결했다. 구체적인 해제 지역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해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1차관은 “지자체가 해제를 추진하더라도 땅값이 오른 곳은 해제 승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에선 공청회 한 번 없이 덜컥 그린벨트 해제량부터 정한 데 대한 비판이 많다. 시민단체들은 “경기를 살리려고 국토를 만신창이로 만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경제 여건이 좋지 않고, 집값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용지 공급 방안을 내놓는 게 뜬금없다”며 “민간 기업이라면 절대 이런 결정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제 지역=산업 용지난에 시달리는 부산과 울산의 그린벨트 해제가 1순위다. 부산은 남해고속도로 남쪽을 중심으로 6㎢가 풀리는 등 총 33㎢가 해제될 전망이다. 이 지역은 이명박 대통령이 ‘두바이형 포터밸리’로 개발하겠다고 공약한 곳이다. 시가지 한가운데 그린벨트가 있는 울산도 내년 중 그린벨트가 풀릴 전망이다. 수도권에선 과천·하남·의왕·고양시 일대, 서울 서초구 내곡·원지동 일대와 강남구 수서·세곡동 일대가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정한 해제 기준은 ▶보전 가치가 낮은 곳 ▶표고 70m 이하 평지 ▶농식품부 협의를 거친 농지다. 산지·구릉지는 묶어두되 농지는 과감하게 풀겠다는 의미다. 한 번 풀 때 20만㎡ 이상을 풀어 소규모 해제에 따른 마구잡이 개발을 막을 계획이다.

◆졸속 대책=지난해부터 그린벨트가 풀려 온 부산시 강서구의 땅값은 3.3㎡당 20만~30만원에서 40만~100만원까지 올랐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푸는 목적은 싼 아파트와 저렴한 산업용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렇게 땅값이 오르면 분양가를 낮추기가 어렵다. 결국 고밀 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앞으로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는 층수 제한(7층)을 없애고, 임대 주택 비율(50%)도 완화할 예정이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는 “도시 외곽을 고밀 개발하는 것은 도시 구조나 환경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해제 기준도 불분명하다. 정부는 해제 총량부터 발표하고, 연내 광역도시계획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앞뒤가 바뀐 것이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2001년 사회적 논란 끝에 해제하기로 한 땅이 아직 남아 있는데(120㎢) 해제 지역을 추가한 것은 성급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교수도 “정부가 세밀한 수요 예측과 종합적인 국토 계획에 따라 해제를 결정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미분양이 16만 가구를 넘어선 주택시장에도 추가적인 공급 대책 발표는 생뚱맞다. 김선덕 소장은 “도시 외곽 그린벨트가 개발되면 신도시 공동화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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