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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탈리아.스페인감독 작품 각각 비디오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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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무더위가 한풀 꺾인 8월의 마지막주.세 유럽감독의 괜찮은 아트필름이 비디오팬들에게 가을을 앞당겨준다.스티픈 프리어즈(영국)감독의 『메리 라일리』(콜롬비아),비가스 루나(스페인)감독의『달과 꼭지』(우일),그리고 주세페 토르나토레( 이탈리아)감독의 『스타메이커』(스타맥스).
『그리프터즈』『하몽하몽』『시네마천국』등으로 국내 비디오팬들에게도 친숙한 이들 세 감독은 유럽의 문화적 전통을 계승하면서 한국관객이 봐도 공감과 재미를 느낄만한 보편적 감각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공통점.
『메리 라일리』는 산업사회에 접어든 근대인들의 분열상을 묘파한 스티븐슨의 괴기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러브스토리를 접목한 독특한 작품.
부와 학문적 재능을 두루 갖춘 지킬박사(존 말코비치)는 일상의 자신을 「동굴」로,마음속 야성을 「산적」으로 여기고 갈등하는 분열증환자다.그 간격을 이해해주는 상대를 찾지 못해 절망한그는 산적 「하이드」로 변신하는 약을 지어먹고 순간의 해방을 맛보곤한다.한편 그의 하녀 메리 라일리(줄리아 로버츠)는 어릴적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기억때문에 철저히 자폐된 삶을 사는 여성. 그러나 그런 기억속에 자신이 쾌감을 느낀 부분은 없었는지의심할만큼 대단히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다.둘은 그런 상대방에게서 자아의 일치를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그러나 육체와 영혼중 하나를 포기해야 자아에 도달하는 2중적 인격의 한계 때문에 둘은 사별을 운명으로 안게 된다.
『메리 라일리』가 무대인 에든버러의 안개같은 음울한 러브스토리라면 『달과 꼭지』는 스페인의 밝은 태양을 연상시키는 사랑과인생에 대한 유니크한 몽상이다.갓 태어난 동생에게 엄마를 빼앗긴 11세 소년은 마을에 공연온 곡예단 발레리나 의 유방을 갈망하게 된다.하지만 소년에게는 두명의 적수가 있다.그녀의 정부이자 곡예단장인 「방귀 뀌는 사내」와 연인 앞에서 구슬프게 연모의 노래를 불러대는 마을청년이다.여인은 소년에게 젖을,청년에게는 몸을 주며 모성적 사랑의 원형을 체험시키고 성인으로 만들어준다.그러나 정부의 눈물을 봐야만 흥분하는 여인의 캐릭터는 아가페적 사랑과 개인적 성애를 동시에 욕망하는 인간의 2중적 속성에 대한 감독의 문제의식을 느끼게한다.
가짜촬영기를 들고 시칠리아섬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할리우드스타로 발탁시켜 주겠다고 유혹해 오디션비를 챙기는 사기꾼을 그린 『스타메이커』는 미국의 정치.문화적 지배속에 할리우드 키드가 된 조국 이탈리아인들의 모습을 따뜻하고 유머 러스하게 풍자한 점에서 토르나토레 감독의 전작 『시네마천국』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
그러나 천진난만한 소년 토토의 캐릭터가 영화의 리얼리즘을 약화시켰던 전작에 비해 『스타메이커』는 사기꾼 조 모렐리(세르지오 가스텔리토)라는 악역을 통해 이탈리아의 현실에 좀더 가깝고실감나게 다가간다.해방후 미국의 영향속에서 역시 할리우드 키드가 돼버린 우리에게 공감이 클 영화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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