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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4000만 년 전 태초의 모습 화폭에 고스란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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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남 창녕의 우포늪. 1억4000만 년 전 한반도가 생성될 때 만들어져 원시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다음달 말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람사르 총회에 참가하는 165개국의 환경 관련 정부 대표·전문가·활동가 2000여 명의 공식 탐방 코스로 잡혔다.

김선희(52·여·사진) 화백은 8년째 이곳에 살며 우포늪만 그리고 있다. 그가 그린 우포의 봄과 여름·가을 3점의 그림은 람사르 총회 기념 특별전으로 경남도립미술관에서 29일부터 11월 13일까지 전시된다. 여름은 가로 9.3m, 세로 1.3m, 봄과 가을도 가로 5.2m, 세로 1.9m의 대작이다. 람사르 총회의 창원 개최가 확정된 3년 전 봄·여름·가을·겨울 부작을 그리기 시작했으나 아직 겨울은 완성하지 못했다.

김 화백은 우포늪 근처인 대지초등학교와 창녕여중을 졸업한 뒤 경북예고를 거쳐 영남대·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런 그가 우포늪만 그리기 시작한 때는 2001년 초. 서울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중 문득 어릴 적 고향 우포늪의 물빛과 하늘빛, 새소리가 그리워졌다. 그래서 가족을 남겨둔 채 혼자 창녕군 대지면 왕산리로 옮겼다. 고향 마을 근처의 물가에 작업실을 짓고 눈앞에 보이는 우포늪만 그리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이것저것 그려 보았지만 나를 대표할 작품은 아니었죠. 작품활동을 포기할 정도로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발견할 것이 우포늪이었어요.”

처음엔 환경부가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한 가시연꽃만 그렸다. 우포에는 융단처럼 널려 있는 예쁜 꽃이다. 그러다 차차 범위를 넓혀 나갔다. 그동안 우포늪에 관한 작품 50여 점을 그렸다. 이 작품을 들고 2006년 서울 인사동에서, 지난해엔 일본 기타큐슈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스케치를 하기 위해 전국을 다녀봤지만 오염되지 않는 곳은 우포늪뿐이더군요. 주변에 비닐하우스 한 채를 볼 수 없으니까요. 태초의 생명이 탄생하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그가 우포늪만을 그리는 이유다.

이번에 전시하는 ‘우포의 가을’에는 벼가 익어가는 늪가의 논을 배경으로 따오기 12마리를 그려 넣었다. 따오기를 실감나게 그리기 위해 복원 전문가인 중국 저장(浙江)대 시융메이 교수에게 부탁해 자료까지 받았다. 시융메이 교수가 8월 초 우포늪 생태관에서 열린 국제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왔을 때 만나 자료를 얻었다. 덕분에 그의 그림에는 따오기의 생동감이 묻어 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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