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MS'만 탓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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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계 최대 컴퓨터 소프트웨어업체인 미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대한 원성(怨聲)이 높다.세계 각국에 팔리는 자사의 CD롬제품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얼토당토 않게 왜곡하고 우리 영토를 일본 땅이라고 표기해 놨으니 비난받아 마땅한 일 이다.
독도와 울릉도가 일본 땅이고 천지는 중국 땅이라니.더구나 일본 제국주의가 한반도 침략을 정당화 하기 위해 왜곡한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설까지 기정사실화 하다니….
하지만 우리 역사를 왜곡한(정확히 말하면 일본측이 왜곡한 내용을 CD롬 백과사전과 세계지도에 그대로 소개한)마이크로소프트사에 돌을 던지기에 앞서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을 가다듬어야할필요가 있다.우리가 그동안 한국을 세계에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을 얼마나 해왔던가를 먼저 돌이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CD롬 지도 「엔카르타 아틀라스」와 백과사전「엔카르타」는 미국 국립지리학회 회원등 대학교수 수십명의 조언을 받아 제작됐다고 한다.그리고 1천여종의서적과 논문등이 참고자료로 쓰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그들이 참고로한 자료중에 과연 우리 것이얼마나 있었을까.있었다면 각계의 권위자들인 교수들이 왜 일본의주장과 일본 학자들의 학설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을까.우리가 정설(正說)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사실들은 왜 철저히 외면당한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우리가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안에서는 소리를 높여도 정작 지구촌 사람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그같은 논문이나 홍보물을 제대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대신이들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메이드 인 재팬」 책자는 쉽게 접한다고 한다.
백두산 천지문제도 그렇다.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천지 지도가잘못됐다는 것을 입증키 위해 국내에서 만들어진 지도를 모두 뒤졌지만 천지가 우리 땅임을 확인해주는 지도는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지리원.통일원.지리학회.외무부등에 문의해도 『확실한 것은알 수 없다』는 허망한 대답뿐이었다고 한다.
임나일본부설이 거짓역사라는 것 또한 「우물 안 진실」일 뿐이었다.일본은 기회있을 때마다 세계를 상대로 각종 논문.홍보책자등을 발표,이 엉터리 역사 이야기를 사실인양 인식시켜 왔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목청을 돋울 것이 아니라 우선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도 집중적으로 바깥 세상에 제대로 알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종윤 정보통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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