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안교육의현장>6.경남산청 간디농장학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솔숲에서는 신명나는 풍물소리가 매미소리와 한데 어우러져 한낮의 무더위도 잊게하는 경남산청군신안면외송리 간디농장(대표 양희규박사).계곡 물소리.바람소리에 땀을 씻으며 꼬불꼬불 올라간 산길에 「숲속의 작은 학교」라는 나무팻말이 정겹■ .
『야아,우리가 드디어 해냈어!』목공소에서 서툰 톱질과 망치질로 토끼장을 만드는 아이들의 부러울 것 없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환경을 주제로 다함께 만드는 걸개작품을 위해 손수건 크기의 헝겊조각에다 자기몫의 바느질을 끝낸 남자아이들은 스스로 대견해 어쩔 줄 모른다.
『양계장의 닭같은 신세였는데 여기서는 마치 토종닭이 된 기분이에요.』 자연의 품안에서 맨발로 돌아다니며 「최대한의 자유와자율을 존중받는 생활」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는 김보리(대구범물여중3)양.이 학교의 활짝 열린 산 교육방식을 딸 못지않게좋아하는 김양의 어머니 이경희(43)씨는 이 계절학교의 보조교사로서 주방일도 돕는다.
간디농장이 초등학교 5학년 이하의 어린이(7월27일~8월8일)와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3까지의 청소년(8월10일~22일)을 대상으로 연 「숲속마을 작은 학교」참가자는 각각 40명.12박13일의 「삶을 배우는 현장」엔 전직.현직.예 비 교사와 학부모등 선생님 20여명의 열정이 한데 어우러진다.
해뜰녘에 일어나 아침먹은 그릇들은 스스로 씻고 「아침을 여는마당」으로 모인다.「과수원길」을 합창하며 편안하게 둘러앉아 그날 할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오전 9시부터 두시간동안은 「의.식.주 해결 교육」을 중심으로 한 교과 활동이 벌어진다.씨뿌리고,풀뽑고,주먹밥.찐빵.송편도 만들고,닷새장에서 사온토끼나 강아지를 위한 나무집도 만들고….
오후 자치활동시간과 저녁 자유시간은 각자 하던 일을 계속하거나 독서.편지쓰기등 그야말로 자유.마음이 통하는 선생님과 멍석에 벌렁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눠도 좋고,친구들의풍물 장단에 어깨를 들썩거리며 찰흙을 반죽하고 그릇을 빚어도 그만이다.
『뭐든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모둠활동은 정말 신나요.』박소연(서울청담여중3)양은 이번 계절학교에 두 남동생 외에도 어머니까지 보조교사로 참가했다며 활짝 웃는다.
간디농장은 내년부터 중.고생을 대상으로 「간디 청소년학교」를상설로 열 예정.교육목표는 「전인적인 삶,공동체적 삶,자연과 하나되는 삶」으로 정했다.
양박사는『수업시간의 50%는 언어.역사.지리.자연과학.수학등일반학교에서도 가르치는 지식교육,나머지는 합창.연극.시쓰기등 감성교육과 텃밭가꾸기.옷과 음식 만들기등을 포함한 노동교육에 할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방법도 대학원처럼 학생 스스로 연구.토론하며 글로 써서 발표하는 세미나식으로 할 계획.3명의 교사는 각 학생에게 맞는교육과정을 짜주고,주제를 결정하며,그에 필요한 시간제 교사들의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게된다.
이미 10여명의 학생들은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간디 청소년학교」에 입학하겠다고 약속했다.또다른 10여명은 교사들이 확보된 뒤 입학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산청=김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