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만강' 순금이役 안연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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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자그마한 체구에 한없이 앳된 얼굴의 한 소녀가 최근 몇달동안안방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었다.SBS드라마 『만강』에서 순금이 역을 맡아 열연한 안연홍(20).
비록 그가 보여준 건 땟국에 절고 입술이 부르튼 험한 얼굴이전부였지만 그 뒤에 감춰진 크고 맑은 눈망울은 시청자의 마음을끌어당기는 묘한 흡인력을 발산했다.
20일 그 순금이는 모진 고통의 삶을 마감했다.치마폭을 뒤집어 쓰고 강물에 몸을 던짐으로써 다하지 못한 명서와의 사랑과 남편 억쇠의 모진 학대를 이승의 한으로 남겼다.
『왠지 키가 한뼘은 자란듯한 기분이에요.초등학교때부터 연기를해왔지만 이번처럼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든 건 처음이었어요.하지만 대사의 행간(行間)이 무겁게 읽히는 걸 느끼며 연기란게 이런 것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앳된 얼굴과는 달리 차분하고도 조리있는 말씨다.
『전엔 눈물 흘리는 장면에서 개인적으로 슬펐던 이런저런 기억을 떠올리며 울었거든요.그런데 이번엔 저도 모르게 정말 순금이인 것처럼 눈물이 절로 흘러 저도 놀랐어요.』 많이 울긴 울었나 보다.녹화중에 한참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김재순PD가 『컷!』하더란다.『얼굴에 그게 뭐야』하는 소리에 더듬어보니 눈에 끼고 있던 콘택트렌즈가 빠져 볼에 대롱대롱 붙어있었다.
1주일중 6일을 『만강』에 바친 그는 올 무더위에 한복을 입고 연기하느라 다리에 줄줄 땀이 흘러내리고 등에 땀띠가 났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2년생으로 초등학교 5년때부터 연기활동을 해온 아역출신.KBS 『토지』에서 어린 서희역을 맡았던 것을 비롯해 SBS 『목소리를 낮추세요』『공룡선생』,MBC 『칠갑산』등에 출연했다.
한편 SBS에서 방영 예정인 『임꺽정』에서 갑이역을 맡았는데여기서 그는 『만강』에서 안타까운 사랑을 나눈 김정현과 또다시슬픈 사랑의 주인공이 된다.
『이번 배역을 통해 연기자는 추한 모습을 통해서도 아름다워질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그는 『앞으로도 제 나이때 해볼수 있는 역이라면 추한 역과 아름다운 역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다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글=이은주.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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