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테네 올림픽] 이봉주 "이번이 마지막…꼭 이기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 쿤밍으로 떠나기 전날 이봉주(左)가 팀 동료 이명승과 함께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육상단 챌린지캠프 트랙을 달리고 있다.

아테네에 이르러 승전보를 전하고 쓰러져 숨진 그리스 병사의 비장했던 달음질. 2500년 전 그 병사가 달렸던 마라톤 평원을 정벌하러 이봉주(34.삼성전자)가 간다.

중국 쿤밍으로 고지훈련을 떠나기 전날인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육상단의 경기도 화성 챌린지캠프에서 그를 만났다.

"이번 아테네가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라는 그의 표정은 비장했다.

*** 아테네 코스 무덥고 급경사

사실 그에게 다시는 없을지도 모른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들과 겨루는 큰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 아마도 올림픽 이후 1~2년 더 선수생활을 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평소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도가 전부였던 말수 적은 그도 이날은 "잘 준비해 꼭 이기고 싶다"며 감춰뒀던 속마음을 보여줬다.

충남 광천고 1학년 때 선수생활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이봉주는 20만㎞ 넘게 달렸다. 거리로 따져 지구를 다섯바퀴 돈 셈이다. "하루 평균 30㎞, 한달에 1000㎞, 일년에 1만2000㎞를 뛰었다"고 그는 계산한다.

그러면서 엘리트 선수 최다 완주(32회) 기록과 '국민 마라토너'라는 별칭을 선물받았다. 32회 완주는 세계 최다 기록이다. 그만큼 이봉주의 마라톤 인생은 일반 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운 영광과 극기의 길이었다.

*** 해발 2000m 고지훈련

그 20만㎞의 마지막 무대가 아테네가 된다는 것을 그는 마음에 들어 한다.

"아테네는 마라톤과 올림픽의 발상지이니 마라토너라면 누구라도 도전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보랏빛 스포츠선글라스 속에서 작은 눈을 반짝였다.

이번 대회에 맞춘 이봉주의 마무리 훈련은 특별하다. 아테네로 출발하기 전까지 해발 2000m 부근의 산 속에서 약 3분의1을 보낸다. 산소가 부족해 천천히 뛰어도 전력질주하는 것처럼 힘들다는 고지훈련이다. 쿤밍에서 두달,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생모리츠에서 한달이다.

1996년 애틀랜타, 그리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그는 고지훈련을 하지 않았다. 체력이 바닥나 아예 몸이 망가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레이스 도중 쓰러진 케냐 선수에게 걸려 넘어지면서 선두 그룹에조차 들지 못했던 4년 전 시드니의 악몽도 떨쳐냈다.

"이봉주는 고지훈련 후 2시간8분대 기록을 두 번이나 세웠지요. 무덥고 오르막이 심한 아테네 코스에서 효과를 볼 겁니다." 오인환 삼성전자 감독은 이렇게 기대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마라톤맨 이봉주와 오감독 일행은 1900m의 산으로 갔다.

화성=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