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창촌, 한시적으로 도심 외곽 이주시켜 관리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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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호 08면

2000년 서울 종암경찰서 서장으로 재직하면서 ‘윤락과의 전쟁’을 주도했던 김강자(사진) 한림대 객원교수. 최초의 여성 총경 출신으로 성매매 단속의 상징이기도 한 그는 성매매 문제와 관련된 학문적 연구를 꾸준히 해 오고 있다. 그는 “경찰의 일시적 단속만으로는 절대 성매매를 없앨 수 없다”며 “단속에 전략이 필요하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했다. 24일 김 교수를 만났다.

‘1차 성매매 전쟁’의 주역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

-최근 경찰의 성매매 단속을 어떻게 보나.
“일선 경찰들이 고생하고 노력한 것에 비해 단속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단속 과정에 문제점이 있다는 뜻인가.
“경찰이 전국 성매매 업소와 유사·변종 업소들을 얼마나 단속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장안동을 떠난 업주들이나 여성들은 다른 곳에서 어떤 형태로든 성매매업을 하게 된다. 전국에서 동시에, 그리고 상시적·지속적으로 단속하지 않고서는 풍선 효과를 막을 수 없다. 문제는 경찰 병력이 부족해 몇 개 지역을 단속해 단기 성과는 거둘지 모르겠지만 성매매를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찰이 외근 병력까지 총동원해 특별단속반을 만들어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나.
“소규모 업소 하나 제대로 단속하는 데도 최소 10여 명의 경찰 인력이 필요하다. 경찰기동대를 비롯해 경찰 외근 인력들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이런 방식은 오래갈 수 없다. 강·절도 수사, 교통, 경비, 외사, 보안 등의 치안활동에 투입돼야 할 병력을 계속해 성 매매 단속에 집어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매매 단속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닌가.
“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 단속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2000년 미아리 텍사스촌 단속 때도 무차별적으로 단속한 것이 아니다. 미성년자를 고용하거나 심각한 인권침해를 한 업주 위주로 강력하게 단속했다. 그 뒤로 미성년자 고용은 적어도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성매매 근절 의지는 좋지만 단속 기준을 정하고 지속적이고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논란이 많은 것 같다.
“성매매특별법으로 성매매 업소가 줄었다는 통계가 있던데 표면적 현상일 뿐이다. 오히려 드러나지 않는 음성적 방식으로 성매매가 확산되고 있다. 성매매 자체는 그다지 줄지 않았다고 본다. 단속과 처벌 위주이기 때문이다. 성매매 여성들을 어떻게 성매매에서 벗어나게 할 것인지, 대책 부분에 소홀했던 것이 문제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우선 경찰 인력의 보강이 시급하다. 광역별로 성매매 단속 전담 경찰관제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탈(脫)성매매 여성은 초기 생계비 지원금으로 월 40만∼42만원을 정부에서 받는데, 생계를 꾸려 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좀 더 치밀하고 현실성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가.
“무조건 단속해 성매매 여성들을 흩어지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집창촌을 도심 외곽으로 한시적으로 옮기는 식으로 해서 개방적으로 관리하면서 성매매 여성들이 자활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마련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방법이다. 경찰, 상담소, 관련 시설이 이를 지원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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