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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영화 "히트"-고독한 현대남성의 자화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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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배역 밑으로 완벽하게 몸을 숨기는 연기파 배우.그러면서도 강인한 개성으로 장르의 속도를 추월하는 스크린 페르소나의 대결.
『히트』의 주인공은 닐과 빈센트가 아니라 로버트 드 니로와 알파치노다.범죄소굴에서 태어나 추적과 도주로 생을 보낸 그들은 오늘 또다시 고독한 늑대의 품으로 도시의 야경속에 음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왜 다시 고독한 늑대인가.왜 음울해야 하는가.마이클 맨 감독의 의도는 현대의 남성상을 고전의 노스탤지어속에 삼투시키는 것.그래서 모티프는 「부 재한 가족」과 「복수」다.
이야기는 『마지막 작전,이게 성공하면 뉴질랜드로 떠난다』는 드니로의 결심에서 시작된다.최후라는 제한적 상황설정의 비겁함은 앞으로 펼쳐질 폭력의 전제조건,그 토대 위에서 은행강도라는 한탕주의.총격전.배신.복 수.대결.비극적 결말의 고전적 내러티브가 다시 반복된다.그러나 단순한 되풀이는 아니다.여기에는 가족을 잃은 자들의 무망한 슬픔과 고독이 배어 있다.등장인물들에게는 가족이 없다.혹은 금세 깨질 위기에 처해 있다.닐은 텅 빈저택에서 가족없이,아니 가구도 없이 혼자 산다.그의 부하들 역시 배신자들에 의해 몰살당하거나 가족과 뿔뿔이 헤어져 살아야만한다.빈센트는 두번째 아내와 이혼했고 지금 세번째 아내와 다시불화중이다.자식은 없고 자신을 의지하던 의붓딸은 자살을 기도한다.그래서 그들은 가정을 파괴한 자를 쫓아 복수극을 벌인다.
닐은 배신자 웨인그로등을 찾아나서고 빈센트는 닐을 찾아나선다.이 추적의 연쇄고리 끝에 관객이 목격하는 것은 장르로 탈색된초라하고 고독한 현대남성의 자화상이다.감독은 짙은 증오와 우울함을 마구 발산하고 싶은 감정을 최대한 억제한다 .그리하여 닐일당은 아무런 첨단장비 없이 도둑 고양이 같이 전봇대를 타고 오직 드릴로 은행 뒷벽을 뚫으며 심지어 복면강도로 나서고 마침내 겨우 2백만달러를 어깨에 짊어진채 총격전만으로 사선을 뚫는다.그리고 넥타이조차 매지못한 상태 에서 달랑 한자루의 총에 의지해 거대한 도심 뒷거리로 쫓겨다닌다.
이건 갱 장르에 대한 조소인가.아니다.영화는 가족 복수극의 처절함을 위해 갱들 최대의 무기인 단단한 육체만을 배치한 것이다.그리고 최후의 격돌.승자는 알 파치노인가.다시 아니다.가족의 복원을 향해 유턴하기엔 빈센트 역시 너무 늦었 다.남은 것은 도시외곽 비행장에 부는 스산한 바람과 굉음,혼자 살아남은 이혼남의 고독뿐이다.
김정룡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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