減稅공약등으로 열세 만회-美 공화당 전당대회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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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소득세 15% 감면을 골자로 한 경제정책과 잭 켐프 부통령후보 지명,전당대회등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겠다는 공화당 봅 도울진영의 선거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전당대회 TV 시청률이 4년전에 비해 27% 가량 떨어졌고 공화당측의 「무미건조한」 프로파간다 전술에 전국의 미디어들이 볼멘 소리로 일관했지만 여론 조사결과 도울은 빌 클린턴과의 지지도 격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제 도울과 공화당 지도부에 남겨진 과제는 전당대회의 열기를대권도전을 위한 세몰이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다.
대도시를 포함해 선거인단이 집중된 캘리포니아.뉴욕.뉴저지등지에서 인기있는 민주당을 공략하기 위한 도울의 선택이 켐프 부통령후보 지명이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뉴욕주 하원의원을 지내고 주택장관 시절 대도시의 주택및 복지문제에 관심을 보였던 켐프의 선거유세는 민주당의 표밭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이다.
세금감면등 경제정책과 관련,자신의 구상을 공화당 선거전략의 핵심 주제로 관철시키는데 성공한 켐프는 그 자신도 도울과의 견해 조율을 위해 불법이민에 대한 동정적 태도,소수민족에 대한 특별한 배려를 표방하는등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했다 .자신의 철학에 앞서 공화당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을 성사시키겠다는 「전략적 양보」다.
공화당은 정강정책 확정 과정에서 낙태문제나 불법이민및 소수민족 문제등과 관련,중도세력의 입장이 전면에 부각되는 것을 막고전당대회 기간중 「연사들의 반란」을 철저하게 통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참석 대의원 1천9백90명 가운데 소수민족은 8%에 불과했고 낙태문제등 여성의 권리대변이 극히 미미했다는 사실이 실제 유권자의 지지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공화당은 또한 클린턴 행정부의 선거공약 불이행을 집중 질타했다. 그러나 임금수준.실업률등 주요 경제지표가 그리 나쁘지 않고 심각한 외교문제도 현재로선 이렇다하게 집어낼 것이 없는 상황에서 12주 남은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란 그리 쉽지 않다.
더욱이 공화당 전략이 만천하에 공개된 마당에 열흘 뒤 개최될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에 대한 반격이 격렬할 것임을 감안할때 이번 전당대회로 다소 좁혀진 클린턴과의 지지도 격차가 계속유지되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이 현지 정치분석가 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살아있는 민주정치의 현장을 볼 수 있는 미국의 전당대회지만 한국의 관심은 역시 공화당 도울 후보의 외교및 통상정책과이를 상쇄하려는 클린턴 행정부의 노력이 정치 계절에 어떻게 개진될 것인지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양당의 정책 기조는 외교전선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과시하고 대외통상압력을 통해 국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쪽으로 수렴될 것이라는 예상이므로 선거철 미국의 정치 기류는 크든 작든 외교.통상부문에서 한국에 새로운 부담이 될 것 이다.
샌디에이고=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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