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인물.왜곡된 진실찾기 고심-방송사 광복절 특집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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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어떤 소재로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겨 볼까.』 광복 51주년을 맞아 각 방송사가 차려놓은 볼거리들을 보면 소재발굴에 고심한 흔적들이 역력하다.『더이상 우려먹을 것도 없다』는 조급한 체념들 가운데서도 끈기있게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왜곡된 진실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곳곳에 배있 어 위안을 준다.
광복절 오전10시40분 MBC-TV에서 방송될 특집다큐멘터리『이길수 있다:불꽃삶,박용만 평전』은 역사속에 묻혀 잊혀진 인물을 재발견했다는 큰 의미를 지닌 역작이다.
박용만(朴容萬.1881~1928)은 대일 전면전을 통한 독립을 주장했던 인물.6개월간 장기 기획.취재를 마친 이재훈(보도제작국)기자는 이승만.안창호와 함께 해외독립운동파 3인방으로 위대한 족적을 남겼음에도 권력투쟁에 희생된 박용만 이란 인물의재발견을 시도한다.
제작진은 특히 미국 하와이.네브래스카.콜로라도는 물론 중국 베이징(北京)등지를 돌며 항일투쟁에 매진한 박용만의 발자취를 추적하기도 했다.
MBC 특집극 『덕혜-마지막 왕녀』(연출 이창섭.극본 김진숙)는 15일 밤9시50분 안방을 찾는다.방송3사중 유일하게 마련된 2부작 특집 드라마.고종의 외동딸로 태어나 역사의 거친 소용돌이속에 내던져졌던 덕혜옹주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다.
일본으로 끌려가 원치않은 결혼을 하고 정신질환까지 앓아야 했던 덕혜옹주는 고국으로 돌아와 비참한 생을 마감했다.제작진은 부족한 자료에도 불구하고 한 인간의 비극을 통해 역사의 단면을그려내고자 했다.
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시작된 태평양전쟁의 발단과 일본의 무조건 항복까지의 과정을 연대기로 서술한 MBC-TV의 『태평양 전쟁』(15일 밤12시10분)도 눈여겨 볼만하다.
15일 밤10시15분 KBS-1TV의 『최초공개 스미소니언 근대 한국 풍물전』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민속자료를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는 데 각별한 의미가 있다.
선교사.외교관등에 의해 수집된 3천여점의 한국 민속자료 중에서 식민지로 전락하기 전의 생활상을 엿볼수 있는 물품들을 공개한다. 역시 KBS-1TV의 특별기획 『아라이의 망향가』(밤10시15분)는 재일교포3세 박영일(일본명 아라이 에이치)의 뿌리찾기가 주제.특히 그가 부르는 『청하로 가는 길』은 일본 패전50년의 상징적인 노래가 됐다.15일 오전10시40분 방영되는 KBS-1TV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만남』은 한.일 양국의 현안에 대한 양국 국민들의 솔직한 견해를 모아 관심을 끈다. 월드컵 공동개최,문화개방문제,종군위안부문제등에 대한 판이한양국민의 견해를 제시하면서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ABU)소속 방송사들이 공동 기획.제작한 『세계는 하나』(KBS1.15일 낮1시20분)는 각기 다른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휴먼다큐멘터리다.
특집 프로그램이 빈약한 SBS의 경우 특별기획 『왕도의 비밀』(14,15일 밤11시)이 눈에 띈다.작가 최인호의 동명소설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왕도…』는 중국 지린(吉林)성지역에 산재한 고구려 유적을 통해 고구려인들의 문화와 정 신을 보여준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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