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에 춤추는 한나라 “종부세 폐지는 공약” “서민 박탈감 고려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왼쪽부터)이 24일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다른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형수 기자]

“어제 발표된 안에 대해 기자들은 어떻게 보나. 같이 의견을 좀 나누자.”

24일 오후 2시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대뜸 내뱉은 말이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선 종합부동산세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초선 의원이 연일 종부세 개편안을 비판하고 나서는 등 당내에 말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정부가 발표한 입법예고안에 대해 설명해나갔다.

“종부세 부담이 너무 무거워 낮추는 측면의 접근이 아니라 원칙에 관한 접근이다. 부동산 투기 잡고 부동산 가격 잡는 목적으로 세금 정책을 쓰는 건 옳지 않다.”

그는 특히 과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는 부분에 대해 ▶2005년 종부세 도입 당시 기준이 9억원이었던 점 ▶양도세의 고가주택 기준을 9억원으로 올린 점 ▶종부세 대상자 가운데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계층의 대부분이 6억원과 9억원 사이에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는 “오늘 오전 있었던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도 큰 틀에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배석한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은 “종부세 관련 (정부와 당의) 온도차 얘기하는데 정부보다는 당이 좀 천천히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날 최고·중진 연석회의는 “파이팅”이란 구호로 시작했다. 25일 개막한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의 선전을 기원하는 것이었다. 처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이어진 비공개 토론에서 종부세를 두고 분위기가 굳어졌다. 박희태 대표가 모두 발언에서 “종부세 문제는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약한 것으로 새로운 것을 하려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약속한 걸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참석자들의 의견은 갈렸다. “당에서 정부안에 너무 제동을 걸면 이명박 정부의 신뢰에 금이 간다”(안상수 의원)는 주장과 “소득 없는 사람에겐 혜택이 안 간다. 재정·복지 정책도 동시에 내놓아야 한다”(박종근 의원)는 주장이 나왔다고 차명진 대변인이 전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정부안에 반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그는 이날 최고·중진 연석회의에 앞서 고려대에서 열린 고경아카데미 초청 특강에서 “종부세 세제 자체는 잘못됐고 앞으로 재산세와 통합해서 폐지하는 게 맞지만 서민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 지지로 자리를 유지하는 국회의원은 정책적 판단 외에 정무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오후엔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 과세기준을 6억원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은 25일 의원총회에서 종부세 관련 당론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당 정책국은 이를 위해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비공개 설문조사를 했다.

한나라당에서 통일된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사이 민주당은 종부세 입법예고안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날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종부세 폐지 본색 드러낸 건 특권층 이익 위해 부동산 안정이라는 국정 목표까지 포기하겠다는 것”(정세균 대표), “재산세가 툭툭 내뱉는다고 채워지나”(안희정 최고위원) 등의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종부세 완화 절대 불가 당론을 재확인했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소수 부자들의 세금을 감면해 다수 서민과 중산층에 세부담을 강화하려는 조세정책에 대해 분명히 반대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혀 25일로 예정된 영수회담에서 집중 거론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권호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