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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 내몰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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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캐나다에서 어학 연수를 하려면 학비와 생활비까지 1년에 약 2000만원이 든다. 정식 대학.대학원 등은 학비가 훨씬 더 비싸다. 캐나다에 유학하고 있는 한국 학생은 5만명으로 추정된다. 우리 유학생이 캐나다에 1년에 퍼붓는 돈은 최소 1조원이다. 미국 동부 대학에 진학하려면 생활비까지 포함, 한명당 연간 1억원이 든다. 동반 가족이 있을 경우 그들의 생활비와 자녀 학비는 유학생을 받는 나라의 부수입이다. 이미 미국.호주.캐나다.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유학생 수입이 국가의 주요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중국도 유학생을 통해 짭짤한 외화 획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3만개에 달하는 유학원을 통해 학생을 내보내는 데만 힘써 왔다. 미국 명문대에 아무개가 입학했다고 칭송하는 신문기사는 그 학생이 미국에서 쓰는 학비와 생활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인상을 준다.

대개 유학생은 현지에서 제한된 노동허가를 받는다. 유학생은 모자라는 생활비를 벌고, 유학생을 받는 수민국은 손쉽게 노동력을 이용한다. 그들은 모두 젊고, 능률적이고, 노동조합에도 가입하지 않는 비정규직.비숙련 노동력이다. 외국 유학생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과 새로운 아이디어는 수민국에 영향을 줘 그 나라를 풍요롭게 한다. 귀국 후에는 유학한 나라에서 배운 기술을 본국에 퍼뜨려 그 나라 상품이 진출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유학생이 내는 학비는 그 나라 교육에 재투자돼 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좋은 교수진을 구성할 수 있게 한다. 유학생에게 필요한 교과과정도 더 많이 개발돼 수민국 교육의 국제적 저력이 강해진다.

우리나라도 외국 유학생 정책을 통해 교육계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 유학생 문제를 보자. 지금까지 중국에서 한국 학생비자를 받으려면 유학 수속 대행업자에게 엄청난 돈을 줘야 했다. 그래서 다른 비자로 못 오는 불법체류 예정자들이 이런 방법으로라도 한국에 온다. 그리고 정작 우수한 학생은 미국.유럽.일본으로 유학한다고 한다.

교육인적자원부와 법무부는 최근 불법취업.체류를 목적으로 유학생 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대로 자취를 감추는 가짜 외국 유학생들을 관리하기 위해 비자발급 요건을 강화했다. 물론 불법체류를 목적으로 학생비자를 악용하는 사람들은 색출하고 저지해야 한다. 그러나 유학생 정책을 단지 불법체류자와 연관해서만 생각하고 소극적 정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유학생 정책을 외화 획득, 교육 발전, 노동시장 유연화, 세계시장 진출, 지역사회의 문화적 다양화, 해외 인력 확보, 그리고 세계화로 가는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해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박화서 명지대 교수 이민학

*** 바로잡습니다

5월 3일자 33면 '외국인 유학생 내몰지 말아야'라는 기고문이 제작상의 실수로 6일자 29면에 다시 실렸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