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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수고대 소비자 "경유값 언제 1500원대 되나"

중앙일보

입력

삽화=김회룡 기자

학수고대 소비자 "경유값 언제 1500원대 되나"

한 자동차 모임 카페의 회원인 이정운(32)씨는 지난 22일 사이트 게시판에 “경유값은 언제 1500원대로 내려갈까. 꿈의 ‘1500원’”이라는 글을 올리며 푸념을 털어놨다. 경유값이 리터당 2000원대를 기록하며 휘발유 값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지난 8월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는 것. 직장인 김현우(37)씨는 “지난해 경유값은 1300원대였는데 이젠 그 값을 바라지도 않는다”며 “1500원대는 차를 몰고 나갈지 말지 정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유차를 소유한 국내 소비자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상승곡선을 탄 기름값 때문에 애를 먹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앉으면서 “언제 기름값이 1500원대로 떨어질까” 학수고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계산대로라면=‘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4월 15일 휘발유 및 경유의 전국 주유소 평균가격은 ℓ당 각각 1681.33원, 1585.35원이었다. 이는 9월 22일의 휘발유와 경유값 1707.62원, 1642.91원에 비해 ℓ당 각각 26원(휘발유), 57원(경유) 싼 가격이다. 그런데 4월 초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각각 배럴당 103.51달러, 114.93달러로 9월보다 훨씬 높았다. 9월 22일 두바이유, WTI 평균가격은 각각 95.10달러, 114.37달러. 휘발유는 크게 차이가 있지만 경유는 별 차이가 없다. 이런 계산이라면 휘발유 값은 4월보다 훨씬 떨어져야 하고 경유값도 적어도 1500원대 후반은 돼야 한다.

◇원화 하락때문에=아직까지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경유 1500원대’ 간판을 못 보는 이유는 원화 가치의 하락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원유의 국제 시세는 낮아졌지만 이를 사오는 가격이 올라 정작 소비자가 혜택을 보지는 못하는 상황. 4월 15일 환율은 달러당 978.30원이었지만 9월 8일은 1126.50원이었다. 기름값은 보통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시세를 반영하기 때문에 22일 현재 경유값은 8일 환율로 계산된다. 22일 환율은 달러당 993.60원으로 1500원대의 가격대를 형성하던 4월 중순과 비슷하다.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중질유 등 국제 유가, 싱가포르 시세, 원화 가치 등이 현 시세대로 유지된다면 10월 초엔 1500원대의 경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도 “큰 변수가 없는 한 10월 초 경유와 휘발유 값은 각각 1500원대, 1600원대 후반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현재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두바이유와 WTI 가격이 상승세를 타 아주 안심할 수는 없는 상태다.

이지은 기자
삽화=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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